MB·文 이어 朴도 기지개?…前 대통령들의 총선 영향력은

변문우 기자 2023. 4. 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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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현충원 참배-文 영화 개봉-朴 동화사 나들이…행보 주목
“여야 지도부 위기서 존재감” vs “총선 구심점 역할은 억측”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두문불출' 잠행을 끝내고 공개 행보에 나섰다.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지만 다음 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도 예정돼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총선을 1년 앞두고 지도부 리스크로 위기에 봉착한 만큼, 전직 대통령들의 존재감이 총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들이 당 구심점 역할까지 맡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다.

왼쪽부터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연합뉴스

김기현 만나는 朴…영화개봉·책방오픈 앞둔 文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구 동화사에서 1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엔 지지자 100여 명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발언 없이 이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일부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8~2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과 동화사에 동행한 유 변호사도 "김기현 대표 보좌진 등과 연락해 날짜가 정해지면 대표실에서 언론에 알리지 않겠냐"며 둘의 회동을 예고했다. 앞서 김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부터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해온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외부 인사와의 만남을 거부해 온 탓에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 이후 각종 공식일정에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22일 측근들과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묘역을 참배하며 첫 공개행보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올해 초에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김기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등 여권 인사들과 만나 각종 덕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퇴임 후에도 여러 번 정치적 메시지를 낸 바 있다. 2022년 11월 초에는 '풍산개 파양 논란'과 관련해 "지금 (정부)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현 정부처럼) 서로 소통하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경고성 메시지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달 중으로 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문재인입니다》의 개봉도 앞두고 있어서다. 해당 영화의 크라우드 펀딩 후원액은 하루 만에 목표액의 약 두 배 가까이 모였다. 또 문 전 대통령 자택이 위치한 평산마을 책방 오픈도 예정돼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퇴임 1주년도 다가오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측근 인사들은 전직 대통령들의 움직임을 정치적 행보로 규정하는데 조심스런 모습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12일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나 유영하 변호사와 연락을 하고 있진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행보는 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봤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동화사 행보는 단순히 신세졌던 분들과 지지자들을 만난 것"이라며 "치매설 등 이상한 소리가 나온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정치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김 대표는 여당 대표인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초대 정책의장도 했다. 그런 관계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TK 공천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앞질러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통령도 최근 이재명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본인의 '전언 논란' 이후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는 모양새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연합뉴스에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뵙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정치인들은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월1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와 면담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플랜 B' 실종 상황에서 총선 띄우기 역할?

정치권에선 전직 대통령들의 존재감이 총선 정국에서 여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여야 대표는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지도부 출범부터 최고위원 설화 등 각종 리스크에 휘말리며 지지율 위기에 봉착했다. 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총선을 지휘할 수 있는 '플랜 B' 인물들도 여야 모두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공보실 관계자는 "역대 정부들에선 대통령의 권한도 강했고 보스들도 뚜렷했던 반면, 현재는 당을 휘어잡을 만한 인물들이 많이 없어 보이고 계파 색도 옅어졌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공보실 관계자도 "인사들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총선을 강력하게 컨트롤할 만한 지도자감은 여야 모두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총선을 띄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친문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들의 팬덤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은 TK(대구·경북)에서 팬덤 소구력이 있다.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당선까지 시킬지는 불확실하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지지율이 60~70%였던 만큼 전국적으로 팬덤이 분포해있다. 충분히 총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들이 총선에서 당의 구심점 역할까지 맡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이 측근들을 당선시키려는 행보를 보인다면 탄핵 대통령이 정치적 셈법으로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문 전 대통령도 전면에 나설 경우 계파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있고 이재명 대표의 존재감을 묻히게 할 수 있어 (영향력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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