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륜→4륜 전환 ‘알아서 척척’…전기차에 진심인 벤츠 ‘EQE SUV’

한재희 기자 2023. 4. 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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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해안도로서 성능 체험해보니
올해 3분기(7~9월) 국내 출시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신형 전기차 ‘EQE SUV’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해안가에 정차해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전기차인 ‘EQE SUV’는 회사가 얼마나 전기차에 진심인지 느낄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벌써 벤츠의 7번째 전기차다 보니 첨단 기술들을 한껏 접목해 개선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고급 내연기관 세단의 대명사였던 벤츠가 만들면 ‘그냥 전기차’가 아니라 ‘고급진 전기차’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EQE SUV를 타고 포르투갈 해안도로를 누비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DCU라는 기능이었다. DCU는 상황에 따라 4륜 구동과 2륜 구동을 자동으로 선택해준다.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에 쓰지 말자는 취지의 기능이다.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에서 서핑이 유명한 에리세리아로 이동하는 도중에 언덕길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때 저절로 4륜 구동으로 바뀌니 빠르고 힘있게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평지에서도 2륜으로 달리다 속도를 낼라 치면 스스로 4륜으로 바뀌며 가속이 빨리 붙었다. 2륜에서 4륜으로 전환될 때 불필요한 소리 없이 스르륵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3분기(7~9월) 국내 출시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전기차 ‘EQE SUV’가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 도시 에리세이라 해변에 정차해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벤츠 관계자는 “0.2초 만에 빠르게 4륜에서 2륜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라며 “DCU 덕에 연비 효율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초보 전기차 드라이버’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회생제동도 EQE SUV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통 회생제동 모드로 운전중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빨리 떼면 차가 급정거하곤 한다. 하지만 EQE SUV는 네 가지(D+, D, D-, D오토) 회생제동 모드가 있어서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D- 모드’를 적용하면 제동이 제일 심하게 걸리고, ‘D+ 모드’를 활용하면 제동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걸렸다. 가장 유용했던 것은 ‘D오토’ 모드였다. 상황에 따라 차량이 스스로 제동의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포르투갈의 유독 곡선이 많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앞차와의 간격이 갑자기 가까워질 때가 있는데 이 경우에 회생제동이 더욱 강하게 걸리곤 했다. 주로 ‘D오토’를 해놓고 달리다보니 꼭 필요한 순간에만 제동이 강해지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를 운전할 때와 비교해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본보 기자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 도시 에리세이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전기차인 ‘EQE SUV’에 코드를 꽂아 충전을 시도하고 있다.
EQE SUV는 전기차답게 첨단 공기역학 디자인 기술도 곳곳에 숨겨놓았다. 바람의 저항을 조금이라도 적게 받아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리기 위한 복안이다. 뒷바퀴 바로 앞에 일종의 바람막이인 ‘에어로 파츠’를 설치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8㎞ 늘렸다. 문 손잡이도 필요할 때만 튀어 오르는 ‘매몰형’으로 설치하면서 주행거리가 200~300m 늘었다. 차량 범퍼 좌우 측에는 각각 바람길을 뚫는 방식으로 공기저항을 낮췄다. 이러한 노력 덕에 EQE SUV의 공기저항계수(CD계수)는 0.25를 기록했다. 차체가 낮아 공기저항 부분에서 유리한 세단 전기차 수준의 공기저항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구현한 것이다.

EQE SUV의 범퍼 하단에 뚫려 있는 일종의 바람길인 ‘에어 커튼’의 모습.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 덕에 EQE SUV는 세단급 수치인 공기저항계수(CD계수) 0.25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EQE SU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기준(WTLP) 460~596㎞에 달한다. 배터리의 용량은 90.56kWh(킬로와트시)다.

벤츠라는 이름값을 하겠다는 듯 곳곳에 배치한 ‘고급화 포인트’도 인상 깊었다. 일단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 적용돼 문을 닫고 운전하면 마치 극장에 온 듯한 웅장한 음악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스피커가 15개에 달해 어느 자리에 있건 풍부한 소리가 들렸다.

또한 EQE SUV만을 위해 히비스커스와 레몬 그라스를 조합해 만든 향이 차량 내부에 은은하게 퍼지도록 하는 기능도 있었다. 벤츠가 4번째로 선보이는 전기차 주행 음향인 ‘세린 브리즈’가 적용돼 이를 설정해놓으면 마치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엔지니어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에리세이라에서 ‘EQE SUV’에 가해지는 공기 저항을 어떻게 최소화시켰는지 설명하고 있다.
전체적 외관은 기존 벤츠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QE SUV의 전면부에는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을 300개 가까이 수놓은 패널이 설치됐다.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것 같다. 차량 앞단부터 앞바퀴 중심축까지, 차량 가장 끝부터 뒷바퀴 중심축까지를 의미하는 전후 ‘오버행’도 벤츠 전기차답게 상대적으로 짧게 구성됐다.

전면부 보닛은 전기 설비가 들어가 탓에 소비자들은 열 수 없도록 막아놨다. 당연히 해당 공간에 트렁크처럼 물건을 수납하는 것도 안 된다. 사이드미러에 작은 골자리를 파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빗물의 간섭을 최소화한 것은 재치 있는 디자인이었다.

차량 내부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 사이의 거리)가 3m를 넘긴 덕에 앞뒤 좌석 모두 넓직한 느낌을 받았다. 12.3인치의 계기판과 세로로 긴 12.8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기본으로 설정돼 있다. 좌석에는 천연가죽 대신에 인조 가죽 및 재활용 재료가 사용됐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잃지 않았다.

국내에는 올해 3분기(7~9월)에 4륜 구동 모델로 출시된다. 국내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7만 9050달러~9만 6350달러(약 1억 400만 원~1억 3000만 원)으로 발표됐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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