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올려야" vs "인상에 신중"…美 Fed '이견'

김리안 2023. 4. 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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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등 국제 기관들의 경기 전망도 엇갈려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5월 긴축(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잇따라 표출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은행 줄도산 우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다. 미국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놓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의 글로벌 경기 전망도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역풍" 금리 인상에 주의해야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추가 긴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Fed는 작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계속했다. 현재 기준 금리는 연 4.75%~연 5%이다.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연설을 통해 "지난달 SVB, 시그니처 은행 등의 붕괴 여파를 평가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금융권의 긴장도가 높을 때 올바른 통화정책적 접근에는 신중함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금융 역풍이 어디로 튈지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Fed는 금리 결정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금융 역풍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자료를 더 모아야 하고 금리를 너무 공격적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굴스비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은행 시스템을 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 사이에는 어떠한 긴장 관계도 없다"면서도 "금융권의 긴장은 전면적인 위기로 확산하지 않더라도 신용을 쓸 수 있는 여지를 줄여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후순위로 밀어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다만 우리는 두 가지 사항이 통화정책이 단독으로 작용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부 업종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이날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에서 "통화정책의 영향이 경제 전반에 퍼지기까지는 18개월 가량 걸린다고 보는 만큼 Fed는 어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결정할 때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주요 기관들의 글로벌 경기 전망도 엇갈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Fed가 신용 여건과 은행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대출 조건의 변화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최측근이자 FOMC 당연직 투표권자다.

그는 "문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정말 하락하고 있다는 신호가 있는지 여부"라며 "현재로선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발표된 3월 고용지표에 대해서도 "노동력 수요는 여전히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FOMC 때 발표된 Fed 인사들의 올해 금리 전망치 중간값(연 5.1%)을 언급하며 "아마도 한번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Fed의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금리 추가 인상에 동조한 바 있다. 메스터 총재는 지난 5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완고하다"며 "금리를 연 5% 위로 더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둘은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이 없다.

Fed의 긴축 여부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 모두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중소은행들의 갑작스런 붕괴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MF는 이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8%, 내년에는 3.0%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은 전망치보다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IMF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계속되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계속되면 은행권의 신용경색이 금융위기로 번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앞서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7%에서 2.0%으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과 다른 행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경제 전망이 나아지고 있다"며 취약한 회복을 예상한 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 올린 2.6%로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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