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그테이블]③보릿고개 버틸 재무체력 살펴보니

김민성 2023. 4.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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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현대차·한화그룹 비금융 상장계열사 분석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한국 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공급망 악화가 이어졌다. 중국의 봉쇄정책에 산업계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까지 나오며 악화일로의 상황을 마주했다. 분명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기업들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총력전 속 변화와 성장도 있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기업군을 선정, 사업보고서를 통해 △실적 △투자 △부채비율 △연봉 △이사진 △배당 정보를 기반으로 지난해 사업현황과 나아갈 길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재무 지표다. 그중에서도 보유한 현금이 많고, 차입금 등 부채가 적은 기업을 통상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부채가 적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이 투자를 유지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부채를 적절히 활용하는게 필요하다. ▷관련기사: [산업 리그테이블]②불황 속에도 투자 늘리는 이유(4월10일)

예외도 있다. 올해처럼 전세계적으로 보릿고개가 예상될 땐 자금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당분간 곳간을 채워두고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차입금 보다 현금 많은 삼성·현대차

비즈워치가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그룹의 주요 비금융 상장 계열사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5대 그룹 중 재무건전성이 가장 높았던 곳은 삼성으로 나타났다.

2022년 5대그룹 비금융 상장 계열사 현금보유량 및 차입금 합산 /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S·삼성엔지니어링·에스원·삼성중공업 등 주요 비금융 상장 계열사 9곳, 영업이익 순)의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총 139조2413억원이다.

2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그룹(44조8198억원)과도 격차가 컸다. 총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사채+장기차입금)도 19조7296억원으로 5개 한화(15조1603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삼성의 재무건전성 배경엔 삼성전자가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115조2272억원으로 5대 그룹 전체 비금융 상장 계열사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차입금은 10조3333억원을 기록했다. 총차입금에서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04조8940억원이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순차입금비율을 계산하면 -29.6%가 나온다. 순차입금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보다 29.6% 더 많다는 얘기다. 보통 기업의 순차입금비율 적정선을 20~30% 정도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재무건전성은 높은 편이다.

2022 삼성 영업이익 TOP3 계열사 재무현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부채비율도 낮았다. 지난해 삼성 내 영업이익 상위 3개 계열사(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의 부채비율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전체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비율이 높을수록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업종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3개 계열사는 부채를 적절하게 유지한 셈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도 안정적인 재무흐름을 이어갔다. 삼성물산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도 보유 현금량이 차입금보다 많았고, 삼성SDI 역시 순차입금비율을 14.8%로 0.3%P(포인트) 줄였다.

2022년 현대자동차그룹 영업이익 TOP3 재무현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그 다음으로 현금이 많은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위아·현대로템·현대오토에버·이노션·비앤지스틸 등 주요 비금융 상장 계열사 11곳, 영업이익 순)의 현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총 44조8198억원이었다. 차입금은 34조1796억원, 순차입금은 -10조6402억원이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상위 3개 비금융 상장 계열사(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모두 적정 수준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2021년에 이어 2022년도 부채비율 100%를 넘기지 않았다.

또 세 계열사 모두 지난해 마이너스 순차입금 비율을 기록했다. 차입금보다 현금을 많이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차는 별도기준 현금 보유량을 2조7114억원 늘렸다. 지난해 완성차 판매 호조로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이 늘어난 덕분이다. 

기아와 현대모비스의 현금은 줄었다. 기아의 2022년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조608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2조4584억원(15.3%)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모비스의 현금 보유량 역시 전년보다 1조1090억원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자동차 전동화 추세에 발맞춰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린 영향이다. 

보유 현금이 줄어들면서 두 회사의 순차입금비율 역시 높아졌다. 이 기간 기아와 현대모비스의 순차입금비율은 -15.6%, -17.1%로 전년보다 각각 3.7%P, 4.6%P 늘었다.

LG그룹 핵심으로 거듭나는 LG엔솔

LG그룹(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생활건강·헬로비전·지투알·로보스타·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비금융 상장 계열사 9곳, 영업이익 순)의 지난해 현금보유량과 차입금은 각각 18조9201억원, 46조5802억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 LG그룹 영업이익 TOP3 재무현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LG그룹 영업이익 상위 계열사 3곳(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모두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LG전자와 LG화학의 부채비율은 145.2%, 56%로 전년 대비 20.9%P, 8.7%P 감소했다. 

LG전자는 차입금이 늘었다. 2022년 말 LG전자의 총차입금은 약 11조451억원으로 전년(9조9316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지난해 사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진행했고, 글로벌 경기침체를 버티기 위해 차입금으로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영향이다. 이 탓에 순차입금비율도 2021년보다 1.7%P 늘어난 21%를 기록했다.

가장 재무환경이 개선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차입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도 순차입금비율을 50% 이상 낮췄다. 작년 배터리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현금을 많이 확보한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비 4조6551억원 증가한 5조938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362.9% 늘어난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두 자릿수(171.8%→86%)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개선 필요한 SK·한화

SK(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가스·SK케미칼·SKC·SK스퀘어·SK네트웍스·SK아이이테크놀로지·SK바이오팜 등 주요 비금융 상장 계열사 11곳, 영업이익 순)는 작년 말 기준 25조1288억원의 현금과 44조9451억원의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2년 SK그룹 영업이익 TOP3 재무현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 상위 3개사(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모두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보다 9.2%P 오른 64.1%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9.2%로 전년보다 36.7%P 높아졌다.

원인은 차입금 증가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총차입금은 22조9946억원으로 전년(17조6238억원)보다 30.5% 늘었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이 계속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자 차입금을 통해 투자금과 운영자금을 마련한 탓이다. 이 기간 순차입금비율도 14.3%에서 26.2%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도 15조8242억원에서 25조4543억원으로 60.7%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정유업계 최대 호황으로 현금 보유량이 전년보다 3조원 이상 늘었지만, 자회사 SK온의 사업 확장을 위해 차입금을 조달한 영향이다. 이 탓에 지난해 순차입금비율도 전년 대비 19.6%P 증가한 62.5%를 기록했다.

SK텔레콤 부채비율도 157.6%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하지만 순차입금비율은 2021년 60.4%에서 지난해 59.1%로 낮아졌다.  이 기간 보유 현금(2조1195억원)이 전년보다 7381억원 늘어난 덕분이다. 

2022년 한화그룹 영업이익 TOP3 재무현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한화그룹(㈜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비금융 상장 계열사 3곳, 영업이익 순)은 2022년말 총 6조3507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차입금은 16조1603억원으로 조사됐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286.3%)였다. 다만 방산업체들은 선수금을 부채로 분류하는 탓에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총부채는 11조2335억원인데, 이중 선수금은 4조9049억원으로 전체의 43.7%를 차지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열사 중 가장 차입금이 적었지만, 보유 현금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조1626억원의 현금과 총차입금 3조3017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순차입금비율은 3.5%였다. 

㈜한화의 별도기준 부채비율도 220.9%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이 적정선을 넘은 상태지만, 당분간 낮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1771%로 높아서다.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다소 줄었다. 지난해 태양광 사업이 성장하면서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이 증가한 덕분이다. 이 기간 한화솔루션의 현금 보유량은 2조73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현금을 확보하면서 순차입금비율도 전년 대비 2.7%P 감소한 46.3%를 기록했다.

다만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순차입금비율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서다. 한화솔루션은 올해부터 미국 태양광 제조공장 건설을 위해 3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때 차입 대신 보유한 현금과 앞으로 발생할 영업이익으로 투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보유 현금이 줄어드는 것이 예상되는 만큼 순차입금비율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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