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만난 글로벌 금융 CEO들 “은행권 불안, 2008년과 다르다”

블랙스톤·골드만삭스·뉴욕멜론 “韓 금융 시스템 우려 없다…투자 늘릴 것”
“최근 금융 불안, 확대 가능성 낮아…주요국 국가 부채 증가에 주목해야”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현지 시각) 뉴욕멜론은행 본사를 방문해 로빈 빈스 뉴욕멜론은행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글로벌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인한 은행권의 불안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10∼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존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COO), 로빈 빈스 뉴욕멜론은행 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를 차례로 만났다. 이들은 추 부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최근 월가에서 한국 금융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들어본 바 없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CEO들은 "최근 은행권 불안은 특정 은행의 자산·부채 간 불일치(미스매치)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정책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현재 미국 금융 시스템 건전성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재택근무 확대 등에 따라 공실이 늘어난 사무용 부동산 부문에 국한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CEO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은행 신용공급 위축이 향후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주요국 국가부채가 급증해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국가부채 부담 증가와 국채시장 변동성이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국내 외환시장 대외 개방과 거래시간 연장 등에 대해서는 "한국의 자본·외환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토대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 개선과 중장기적 공급망 안정화 노력을 강화하면 아시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추 부총리는 뉴욕에서 윌리엄 로즈 전 씨티그룹 부회장도 만나 한미 경제·금융 협력 기여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로즈 전 부회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제채권위원단 의장으로 한국 은행들의 단기외채 만기 연장을 주도해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홍인장을 받았다. 로즈 전 부회장은 "한국은 강인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과거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세계 경제 분절화 등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잘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방위산업 글로벌 수요 확대, 글로벌 기업 생산시설 재배치가 한국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