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대 협력사 폭스콘, 中 인력·임금 ↓, 인도로 '축' 이동
- 인도 신설 공장으로 中 부서장 100여명 보내 현지인 교육에 박차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애플의 최대 생산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중국 내 인력과 임금을 줄이고, 인도로 사업의 무게 축을 이동시키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자국으로 불러 ‘대륙 투자’를 설득했지만 탈중국 추세를 막기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12일 차이징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최근 15일 동안 폭스콘 선전시 관란 공업지구 공장에서 7800여명의 파견 근로자가 퇴사했다. 이로써 폭스콘 관란 공장 근로자는 5만명 미만으로 줄었다.
폭스콘은 현재 파견직과 시간제 근로자를 더 이상 뽑지 않고 정규직만 채용하고 있다. 5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원도 200명 안팎으로 제한적이다. 폭스콘은 성수기가 되면 용역회사를 통해 파견직과 시간제 등 임시직을 대거 채용하는 방법을 쓴다.
폭스콘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대폭 낮아졌다. 폭스콘 정저우 단지의 근로자 모집 인사는 “코로나19 발생 후 주문을 서두르기 위해 임금이 폭등했으며 1월 한때 월평균 1만3000위안까지 올랐지만 2월 이후로는 3000~4000위안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세계 아이폰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폭스콘이 근로자를 줄이고 임금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은 애플 산업체인의 이전이다. 애플 변화에 폭스콘도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폭스콘은 아이폰 주요 생산기지인 인도 첸나이 공장 라인을 지난해 3개에서 올해 6개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4개 라인은 모두 최신형 아이폰 14 시리즈를 만들게 된다.
폭스콘은 인도 벵갈루루 신설 공장에도 18개의 생산 라인을 구축해 2024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인도 생산량은 중국 정저우 공장의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폭스콘은 향후 3년 내 인도와 정저우의 생산 능력을 비슷하게 맞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이징은 “추세로 볼 때 중국의 핵심 지위는 흔들리지 않겠지만, 인도는 애플 생산의 또 다른 중요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올해 2월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5.48% 감소한 1171억5400만 달러, 순이익은 13.38% 줄어든 3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생산 능력이 감소한 탓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지는 데다, 제로 코로나 불확실성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애플은 중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애플은 인도에서 아이폰을, 베트남에서 아이패드와 에어팟 등 다른 제품군을 주로 생산한다. 인도가 주력 제품의 생산 임무를 맡았다는 점을 근거로 애플 공급 체계에서 중국 공장의 위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DC의 가오흉샹 선임 연구원은 “추세는 이제 나타나고 있고, 이동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오는 19일 인도 뭄바이, 20일 뉴델리에서 첫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 스토어를 열 것이라고 주요 외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 자리엔 팀 쿡 CEO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인도에 별도 본부로 독립시키는 해외 사업부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폭스콘은 인도 공장의 빠른 가동을 위해 정저우, 선전, 대만 등지에서 100여명의 부서장을 인도로 파견해 현지인을 교육하고 있다. 또 올해 아이폰15 시리즈 신제품 발표회(NPI)를 중국과 인도에서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폭스콘은 2024년 인도 아이폰 생산량을 연간 2000만 대 수준으로 늘리고 직원 수를 약 3배 확대한 10만 명을 목표로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0년 세계 생산량의 1.3%에 불과했던 인도산 아이폰 비중이 올해 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96%에서 올해 93%까지 생산 비중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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