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베이스 더" 2개월 전 이승엽의 당부…육상부 부활은 그때 시작됐다

김민경 기자 2023. 4. 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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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에게 베이스 러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한 베이스 더 가는 베이스러닝, 상대는 한 베이스 덜 가게 하는 수비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당부한 말이다. 당시 정수성 두산 작전코치의 주도로 베이스러닝 미팅을 진행했는데, 미팅을 마무리할 때 이 감독이 앞으로 나와 선수단에 한번 더 뛰는 야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산은 과거 김경문 감독 시절 이종욱, 고영민 등을 앞세워 뛰는 야구로 '육상부'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빅 볼에 더 무게를 두면서 육상부 이미지가 조금은 지워져 가고 있었다.

이 감독은 "요즘 야구에서 투수들이 많이 좋아져서 경기 후반 1점 내기가 힘들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베이스러닝이 필요하고, 상대는 한 베이스를 덜 가게 하는 수비를 해줘야 한다. 경기 후반에는 슬래시 번트나 스퀴즈 번트 같은 작전이 나올 수 있으니 연습할 때 주의해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한 베이스 더 가려는 베이스러닝이 힘들고,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주는 타격도 힘들다. 한 베이스 더 보내주려는 타격을 하면 득점력이 높아진다. (캠프에서) 연습한 것들을 (정규시즌에) 팀을 위해서 해줬으면 한다. 타격 연습도 중요하지만, 작전 등 세밀한 플레이에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경기 흐름을 읽고 생각하는 야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감독은 "팀에 진짜 빠른 주자가 많지는 않다. 이유찬과 정수빈, 조수행 정도"라고 인정하면서도, 상황과 기회가 되면 누구든 뛰게 하겠다고 했다. 중심 타자이자 베테랑인 김재환, 양의지 등도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컸다.

정 코치는 개막 전까지 줄곧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100번 죽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그러려면 200번은 뛰어야 한다. 과감하게 망설이지 말고 뛰어라. 실패해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 허경민 ⓒ곽혜미 기자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선수단에 '한 베이스 더'라는 마인드를 주입한 효과는 컸다. 두산은 12일 현재 팀 도루 9개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선두 LG 트윈스가 18도루를 기록해 차이가 크긴 하지만, 중심 타선의 화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두산은 팀 홈런 7개로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1위를 달리는 와중에도 뛰는 야구를 했고, LG는 9경기에서 팀 홈런 1개에 그쳤다. 두산은 작전을 수행하는 타자와 해결해줘야 하는 타자의 밸런스가 잘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두산은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최근 2연승을 달리면서 시즌 성적 6승3패로 NC 다이노스,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주장 허경민은 스스로 "똥발"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앞장서서 한 베이스 더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도루 3개로 정수빈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고, 성공률은 둘 다 100%를 자랑한다. 2번타자 허경민은 1번타자 정수빈과 함께 일단 출루하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테이블세터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나머지 도루 3개는 이유찬이 2개, 조수행이 1개를 기록했다.

허경민은 육상부 부활과 관련해 "나는 많이 뛰는 선수가 아니다. 중요한 순간 대주자로 바뀌는 똥발이다(웃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는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려 한다. 많이는 아니지만 (도루를) 하나씩 쌓아 나가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모든 선수가 같은 컨디션으로 뛸 수는 없다. 안방마님 양의지는 전력질주 여파로 대퇴부 근육통이 생긴 뒤 조심하고 있다. 그는 "상황이 주어져서 열심히 뛰었는데, 다리가 올라와서 자제해야 한다(웃음). 길게 보면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며 부상은 조심하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뛰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팀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뛴다는 인식을 상대에 심어주면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질 것이고 그러면 제구가 흔들리거나 몰려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틈만 보이면 뛰라고 한다. 도루를 실패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자신 있게만 했으면 좋겠다"며 힘들어도 계속 한 베이스 더 뛰어주길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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