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언제쯤 한국서 볼까…문화재청, 프랑스국립도서관 한국자료 학술협력부터

로랑 佛국립도서관장 “계획 없다”
50년 만에 공개 ‘직지’전 계기로
국외소재문화재단 주도 학술 협력
‘반환’압력 거세 상호신뢰 회복부터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1377년) <사진제공=문화재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가 50년 만에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공개되면서 언제쯤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직지의 한국 전시 계획과 관련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로랑스 앙젤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은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 “직지와 같은 희귀한 고서는 잘 전시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의 직지 반환 압력을 아는 프랑스 측이 한국 전시를 허용할 지는 불투명하다. 프랑스 정부가 영구 대여 방식으로 2011년 돌려준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약탈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지를 우리 땅에서 볼 수 있으려면 우선 상호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이날 문화재청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 전시를 지원하고 학술적 협력을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협업하고 좋은 신뢰 관계를 쌓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직접 직지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50년 만에 직지의 대중 공개를 계기로 이뤄진 이번 협약이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프랑스의 중앙국립도서관으로, 1480년에 창설한 왕실도서관에서 비롯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으로 꼽힌다. 직지 금속활자 인쇄본 하권을 포함해 2000여 권의 한국 자료가 소장됐다.

이번 협약에 따라 문화재청과 산하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 현지에서 열리는 특별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을 위해 필요한 사진 자료와 번역 등을 지원한다. 전시와 연계한 대중 강연을 열어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적극 알린다. 또 앞으로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관련 문화유산을 학술적으로 분석·조사하거나 연구를 추진할 때도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협약과 관련한 세부 업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맡아 진행한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나라 밖 중요 유물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해외 현지에서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지는 승려 백운(白雲, 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고 그의 제자인 석찬(釋璨)과 달잠(達湛)이 간행한 불교서적으로, 참선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주제들과 선종불교의 진리를 담고 있어 제자들을 위한 교본으로 사용됐다.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며 ‘구텐베르크 성경’(독일, 1455년경)보다 78년을 앞선 1377년에 청주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상하 2권이 먼저 인쇄됐다. 이후 1년 뒤인 1378년 취암사(鷲巖寺)에서 목판으로 다시 찍었다.

목판본 ‘직지’는 1992년 보물로 지정돼 현재 완전한 형태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상·하권이 보관되어 있다. 2001년 9월 4일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파리에서 공개된 직지는 구한말 외교관을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최초로 공개 전시했다. 이후 ‘직지’를 구입한 예술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Henri Vever, 1854∼1943)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고, 195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소장품 목록에 편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