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날 것+김태호PD 조미료=‘지구마불 세계여행’

임지선 기자 2023. 4. 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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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여행 프로그램 중 눈길
빠니보틀·원지·곽튜브의 조회수 대결
즉흥적 일정·‘리얼’한 웃음으로 인기
‘신도시 부부’를 ‘메기’로 투입 예고
<지구마불 세계여행> 포스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라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등장한 해외여행 TV프로그램은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다. 아름다운 풍경에 연예인들이 나오는 형식은 비슷했다. 한번쯤 가봤을 법한 여행지와 어디선가 본 듯한 구성은 신선함이 떨어졌다. 김태호 PD가 만든 TEO 유튜브 채널과 케이블 TV ENA에서 동시 방영 중인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우후죽순 생긴 여행 프로그램 가운데 유독 빛난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여행 유튜버로 유명한 빠니보틀(박재한), 원지(이원지), 곽튜브(곽준빈)가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나라로 바로 이동해 조회수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조회수 1등에게는 우주여행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신생 채널 ENA 특성상 시청률은 낮지만 TEO 유튜브로 공개되는 이들의 영상 조회수는 각 100만회에 달한다. 여행 전문 크리에이터의 ‘날것’ 그대로의 재료와 김태호 PD의 ‘조미료’가 만나 감칠맛이 더해졌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일단 신선하다. 유튜브 세계에서는 이미 유명하지만 TV에서는 연예인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여행 유튜버들은 제작진 단 2명과 단출하게 여행을 시작한다. 기존 예능처럼 짜여진 듯한 설정이 아닌 ‘진짜 여행’을 보여준다. 세 명이 여러 나라의 다양한 면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의 원지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젤라또를 먹고 있다. TEO 채널 캡처

사실 여행은 피곤한 일이다. 원지의 마다가스카르 여행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격언을 증명한다. 원지는 방글라데시에서 주사위를 굴렸다가 다음 행선지로 마다가스카르가 걸린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를 보겠다고 결정하면서 50시간 동안 1만2621㎞를 이동해야 했다. 비행기를 환승하고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도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한 회 방송분 3분의 2 이상이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고생 끝에 마주한 ‘바오밥나무’에 패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튜브에서 종종 해외 메이크업숍을 방문하는 원지는 이탈리아에서 ‘원드리 헵번’으로 변신했다. 오드리 헵법의 메이크업과 헤어를 따라한 것. 다소 부담스러운 그의 메이크업에 현지인들은 박수를 보냈고, 원지는 특유의 말투로 “기분 째진다”를 연발했다. ‘원드리 햅번’은 젤라또를 들고 스페인 계단에 앉으려다가 이내 경찰에 쫓겨나고 젤라또는 다 녹아버린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곽튜브가 탄자니아 미용실에서 레게머리에 도전했다. TEO채널 캡처

브이로그 형식의 여행 콘텐츠이다보니 현실과 예능의 애매한 경계도 웃음을 자아낸다. 탄자니아에서 레게머리를 하고 싶었던 곽튜브는 미용실을 찾아 ‘이상한 청년’들의 손짓에 골목길을 따라가다 순간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멈춘다. 겨우 다른 미용실을 찾아 레게머리를 한 곽튜브는 탄자니아 곳곳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곽튜브가 현지 음식을 많이 먹고 화장실로 직행하는 모습도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지만 그의 영상에선 ‘리얼’이다. 핀란드에서 곽튜브는 QR코드로만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 문을 열지 못했다. 가까스로 찾아낸 레스토랑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어서 카메라 감독에게 전화하는 모습도 나왔다. 각본있는 예능보다 더 웃긴 ‘현실’이 곽튜브 영상에 있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의 빠니보틀이 무인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TEO 채널 캡처

여행 전문 유튜버들답게 이들은 급한 일정 변경, 예상하지 못한 실수 등 여행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마주해도 새로운 여행으로 변주해낸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빠니보틀은 탄자니아로 가야 하는데 경유국인 인도 출입국 사무소에서 붙잡혔다. 영문도 모른 채 시간을 지체한 빠니보틀은 다음 비행기를 놓치고 공항에서 노숙을 했다. 빠니보틀은 급하게 일정을 변경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를 경유지로 정하고 두바이에 있다는 세계 최고 깊이의 실내 스킨스쿠버장을 방문해 보는 이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당황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전문 여행 유튜버다운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유튜브 1인 영상 콘텐츠가 아니라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차별점을 보여주는 대목은 김태호 PD만의 ‘조미료’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이들의 여행에 진짜 보드게임처럼 ‘황금열쇠’ ‘무인도’ 등을 추가했다. 1등석을 타고 갈 수 있는 행운을 주는가 하면, 조회수 대결을 펼칠 ‘메기’를 넣기도 했다. ‘메기’와의 대결에서 이기면 진짜 황금열쇠를 선물로 주고 그들의 조회수까지 얹어준다는 것.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 조회수 대결의 ‘메기’로 등장한 서준맘(박세미)와 배용남(이용주). TEO 채널 캡처

김 PD는 ‘메기’를 선정할 때도 기존 연예인이 아닌 유튜브 스타를 택했다. 지난 8일 공개된 6회 마지막 장면에선 유튜브 ‘피식대학’에서 신도시 부부 연기를 한 서준맘(박세미)과 남편 배용남(이용주)이 등장했다. 신도시 부부가 오사카 여행을 떠난 영상과 곽튜브·빠니보틀·원지 3명이 각각 조회수 대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 크리에이터들은 이들과 대결에서 어떻게 이기냐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ENA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분량은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노홍철의 입담, 주현영의 발랄함, 주우재의 엉뚱함을 더했다. 시청자들이 보다 익숙한 형식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앞으로 남은 회차는 4회. 3인 3색의 여행 콘텐츠는 매주 목요일 TEO 유튜브 채널을 통해 먼저 공개된 뒤, ENA에서는 토요일 저녁 방송된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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