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일 만의 與 최고중진회의서 쓴소리 봇물…"전광훈 빨리 수습을"

2023. 4. 12. 1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진들 "도청 의혹 진상규명해야", "신상필벌 단칼에 해치워야"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357일만에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정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미 정보기관 도청 의혹과 관련해 '상당수가 위조'라는 대통령실 발표에도 꿋꿋하게 자체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진 의원 다수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최근 연이어 터진 당 지도부 인사들의 실언을 문제삼으며 '엄정한 대응'을 강조하는가 하면, 전광훈 목사 관련 논란도 빨리 마무리지으라고 주문했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12일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사실 미국이 우리를 도청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도청했다. 미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발언도 있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대통령실도 불법 도감청 지대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비공식적으로라도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진상규명해야 한다"며 "그 일이 대한민국 국격, 글로벌 중추국가의 위상에 맞는 한미관계다. 한미관계가 주종관계 동맹이 아닌 대등한 동맹임을 꼭 보여주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날 안철수 의원이 "국가 정보의 핵심부에 대한 도청이 만약 있었다면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며 "미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게 아니라 미국의 도청은 없었는지, 대통령실 정보보안 어떤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명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확실히 제기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관련기사 : 대통령실은 "위조"라지만 도감청 논란 여전…"내 말에 토 달면 배반?")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9일 SNS글에 이어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우리 국민의 대표로서 미국 정부에 엄중하게 항의를 해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지레 눈치를 봐서,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눈치를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미국 측은 위조에 대해서 거의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날 대통령실 발표를 비판했다.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중진 의원 다수는 총선 위기감을 강조하며 당 지도부의 품위 있는 언행을 당부했다.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고 전광훈 목사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조수진 최고위원의 '당 민생특위에서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논의했다' 발언, 전당대회 과정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 사건 김일성 개입설' 등의 여파로 해석된다.

국회부의장인 5선의 정우택 의원은 "현장에 있어보면 우리 당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이 힘들어한다.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김 대표 당선 직전까지 당을 이끌었던 5선의 정진석 의원도 최근 당 지도부의 연이은 실언을 겨냥해 "(당 지도부가) 해야될 일은 즉각 해야 한다.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읍참마속해야 할 일이 발생했다면 주저하면 안 된다"며 "단칼에 해치우지 않으면 앞으로 전진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추진이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홍문표 의원도 "전광훈 목사가 우리 당에 2, 30만 명을 심어놨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티고 있다는 선전이 온갖 곳에서 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한두 사람이 치고 나가면 눈치보느라 말을 못할 텐데 당론으로 결정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 목사 손아귀에 움직여지는 당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실언 당사자' 한 명인 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구성원으로서 지금까지 여러 언행 때문에 당 지도부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중진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다만 태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구성된 지 한 달밖에 안 됐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중진들께서 김 대표를 앞장서서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 준비와 관련한 쓴소리도 있었다. 당 전국위원회를 이끌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국면에서 의장직을 사퇴한 5선의 서병수 의원은 "김 대표가 출발한 시점에서 보면 국정 지지율이나 우리 당 지지율이 만만치가 않다"며 "정치는 경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경제가 좋을 때는 정치인들이 실수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용되지만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쪼들리면 굉장히 짜증나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연금, 노동, 교육개혁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겠지만 우리 국민의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하는 그런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춰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전까지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주호영 의원은 "선승구전이라 했다. '전쟁은 먼저 이길 준비를 다 해놓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말인데 선거도 마찬가지"라며 "사람을 미리 찾아 준비시키는게 대단히 중요하다. 공천 원칙을 빨리 확정하고 누구나 승복할 수 잇는 공천 제도를 관철해야 한다"고 1년 전부터 총선을 대비해 인재 영입 작업을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상당 기간 동안 중단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지금껏 당이 겪은 여러 고비마다 중진 의원들께서 든든한 기둥이 되주셨다. 앞으로도 기둥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와 중진의원들 간의 연석회의가 정식으로 개최된 것은 이준석 대표 시절인 작년 4월 21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02년 집단지도체제 도입 이후 매주 수요일 '최고중진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연석회의를 열어오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시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게 되면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로 이름을 바꿨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