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發 금융불안, 올해 美 성장률 0.2%~0.5%p 낮출 것…한국도 타격”

“금융불안 관련 불확실성 아직 높아”
중소형 은행 불안만 지속시 성장률 0.2%p 하락
신용긴축 현실화되면 성장률 0.5%p 낮아져
“美 성장률 둔화는 한국에도 하방 압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불안이 지속될 경우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2~0.5%포인트(p)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성장률 하락은 가뜩이나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2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금리인상 이후의 미국경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SVB발(發) 금융불안은 신속한 정책 대응으로 비교적 잘 통제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향후 금융불안의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높은 편”이라며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한 금융기관과 상업용 부동산의 취약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불안이 지속될 경우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2~0.5%포인트(p)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연합뉴스

특히 금융기관 규제가 강화되고 은행 대출태도도 엄격해지면 중소형 은행의 신용공급이 더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신용 긴축에 높은 금리 수준이 더해지면 향후 미국 경제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분석 결과, 미국의 금융불안은 신용공급의 위축 정도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0.5%p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병호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 외 11명은 금융불안의 확산 정도 등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파급 효과를 살펴봤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은 지속되지만 금융시스템의 신용 위축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성장률이 0.2%p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금융불안 확산으로 신용 긴축이 현실화되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시나리오에서는 미 성장률이 0.5%p 낮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금융불안이 예상보다 빨리 완화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강화할 경우 미국의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0.2%p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불안에 따른 신용 긴축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 강화 모두 미국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의미다.

송병호 차장은 “미국의 성장률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외화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투자 감소,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회복 지연 등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 성장률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