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한국 특파원에 "구체적으로 묻지마시죠" 고압 태도 왜?
특파원들 '김성한 대화 조작?' '미국의 경우' 묻자 날선 반응
"같은 주제 물어보면 떠나겠다"
KBS 특파원 "압박 심한건지, 날선 반응…말 끊고 불쾌해 해"
대통령실 "상당부분 위조"
미국 NSC "위조문서라 말한 적 없어" 온도 차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 덜레스 공항에서 만난 한국 특파원들에게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같은 질문하면 떠나겠다”며 고압적 인터뷰 태도를 드러내 논란이다. 이를 두고 KBS 특파원은 “압박이 심해서 그런지 질문을 끊는 등 날선 반응을 보이며 불쾌해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날 김 차장과 대통령실은 뉴욕타임스 등이 도감청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미 정보기관의 유출 문건이 상당수 위조됐다고 했으나 그 직전 NSC 고위관계자가 백악관 브리핑에서 해당 문서에 대해 “위조됐다고 말한 적 없다”고 밝혀 무엇이 맞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태다. 이런 엇박자 탓에 미국 정부도 아직 진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나서서 거짓이라고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 차장은 12일 오전 미국 댈스 공항에 도착해 여러 명의 한국 특파원과 만나 미 정보기관의 우리나라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을 두고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 제3자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BS JTBC 등 일부 공개된 기자들과 대화 영상을 보면, 김 차장은 MBN 워싱턴특파원이 '김성한 전 실장 대화가 조작됐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어제 제가 한마디로 했으니까”라고 불쾌해했다. 이어 다른 특파원이 '미국 같은 경우에'라고 말하자 김 차장은 말을 끊고 “같은 주제로 물어보신다면 저는 떠나겠습니다. 됐습니까”라고 항의했다.
다시 '하나만 더, 아니 미국 같은 경우에'라고 또다른 특파원의 질의에도 김 차장은 “다른 주제로 물어보시죠. 갑니다”라고 자리를 떴다.
김양순 KBS 워싱턴특파원은 12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실시한 전화연결에서 “김태효 차장이 오늘 7시간쯤 전에 이곳 덜레스공항에 도착을 했다”며 “특파원들이 현지에서 굉장히 민감하고 우리나라 안보의 가장 직접적인 현안이니까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런데 김태효 차장은 아무래도 이 사안에 대한 압박이 심한지 상당히 날선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특파원은 “기밀 문건 관련해서는 '출국할 때 내가 이미 한마디로 갈음을 하지 않았느냐.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이 주제에 대해서 한 번 더 질문하면 나는 자리를 뜨겠다' 이렇게 좀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특히 기자들이 미국의 입장에 대한 질문을 시도를 했더니 아예 그 질문 자체에 말을 끊어 버리고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상당히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 특파원은 “그래서 아마 이 현안에 대해서 논의가 상당히 심각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추정을 해 본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미 정보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출 문서의 위조 여부, 위조의 정도, 도감청 의혹 등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두고 우리 정부 측 인사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엔 미국 정부가 엇박자가 나고 있어서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출입기자들에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안보실 등이 산재해 있던 청와대 시절과 달리, 현재는 통합 보안시스템과 전담 인력을 통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 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이 기자들과 브리핑에서 답변한 내용은 우리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달라 보인다.
존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미 행정부가 비밀을 훔치려는 적들과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느냐, 매번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기자 질문에 “이러한 종류의 문서들이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in the public domain) 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공개돼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기자가 '그것들이 완전히 위조 문서라면 당신 그렇다고 말할 것이고 그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묻자 존 커비 조정관은 “나는 위조문서라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나는 우리가 여전히 그것들의 타당성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그것들은 확실히 국가 안보 문제와 정보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은 아주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온도차가 나타나는 백악관 입장에 우리 대통령실은 추후 조사결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후 브리핑에서 '미국 백악관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 사실상 감청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 우리는 터무니 없는 날조라고 해 온도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 질문에 “문서 유출 사고가 났다는 부분을 얘기한 것 아니냐”며 “공개된 문건들이 다 맞는 문건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고, 지금 미국정부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맞는 건지, 과장내지는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팩트 문제를 확실하게 한 다음에, 후속조치를 평가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위조됐다는 사실을 우리 국방부 장관은 어떻게 확인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정보와 관련돼서 굉장히 중요한 기밀 사항일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제까지는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하루 만에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결론으로 바뀌었는데,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무엇이고, 미국 측과는 어떤 소통과정이 있었느냐',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말은 실제 도감청은 있었지만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것이고 소수는 내용이 일치한다, 이런 해석은 오해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주 구체적인 질문이고 좋은 질문”이라며 “바로 그점을 미국 법무부가 조사하고 있으니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금 더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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