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200원 황 폐기물, 적외선 투과 렌즈 소재로 거듭났다

박정연 기자 2023. 4.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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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인 값싼 황 폐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적외선 투과 고분자 렌즈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동균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위정재 한양대 교수, 이경진 충남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적외선 광학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높은 강성의 적외선 투과 역가황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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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인 값싼 황 폐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적외선 투과 고분자 렌즈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동균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위정재 한양대 교수, 이경진 충남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적외선 광학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높은 강성의 적외선 투과 역가황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역가황 반응이란 많은 양의 유기 고분자 사슬에 적은 양의 황을 섞어 고무소재를 만드는 방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고강성·고투과 역가황 고분자 소재는 향후 후속 연구 및 상업화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나이트비전, 스마트 가전·센서 시스템, 의료·진단용 열감지 카메라, 군수용 야간 감시 카메라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외선 투과 광학 소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통과시키는 소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인한 발열을 체크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 렌즈나 인체감지 적외선 조명 센서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현재 적외선 투과 광학 소재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들은 모두 셀렌화 아연(ZnSe), 저마늄(Ge), 칼코게나이드 유리 등의 ‘무기물 기반’ 소재다. 주요 원재료가 비싸고 소재를 렌즈로 가공하기도 어려워 적외선 투과 렌즈가 장착된 장비는 대부분 상당한 고가의 제품이다.

이런 가운데 황 폐기물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7000만톤(t)이 발생하지만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다. 앞서 과학자들은 황 폐기물을 활용한 다양한 역가황 고분자 신소재 개발에 나섰지만 황이 다량 포함된 소재들은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말랑말랑해지는 특유의 물성 탓에 번번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높은 적외선 투과 특성을 갖는 역가황 고분자 소재는 황의 비중을 높이면 투과도가 상승하지만, 유연한 물성으로 인해 강도가 낮아지는 ‘상충관계’를 극복하지 못해 광학 부품에 적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황에 ‘TVB 가교제’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나노 스케일에서 상대적으로 황 함량이 높은 영역과 TVB 가교제 함량이 높은 영역으로 미세 상분리된 구조의 ‘역가황 고분자 신소재’를 합성했다.
   
기존 가교제는 가교제끼리 스스로 단단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가교제 하나당 황 고분자 사슬 여러 개가 묶였다. 이번에 개발된 ‘TVB 가교제’는 가교제끼리 스스로 단단하게 연결되고 유연한 성질의 황 고분자 사슬이 그 주위에 연결됐다. 이를 통해 미세 상분리 구조의 역가황 고분자 소재를 합성할 수 있었다.

개발된 황 함량 80%의 고분자 신소재를 테스트한 결과 1.1mm 두께의 필름으로 제조 시 기존에 보고된 황 함유 고분자 소재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우수한 적외선 투과도를 보였다. 또 기존 고분자 신소재와 비교했을 때 80°C 가량 향상된 92.6°C 수준으로 유리 전이온도가 매우 높아 상온에서 안경 렌즈와 유사한 수준인 2기가파스칼(GPa) 가량의 우수한 기계적 강성를 나타냈다.

개발된 신소재를 몰드에 넣어 고온에서 압축 성형하자 깨끗한 필름을 얻을 수 있었다. 사용 중 부서진 소재도 동일 공정을 통해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값싼 황 폐기물로부터 고부가가치 고 황 함유량 고분자 소재를 합성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며 “이미징 기술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에너지 등 응용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 3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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