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명 버즈 데이터 분석했더니…‘중년’ 키워드 무려 2402% ↑
올해는 어떤 새로운 문화가 뜰까. 사회를 변화시키는 문화의 흐름은 새로운 사업 모델과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해, 기업들은 물론 예비 창업자들도 주목하는 대목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가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2023 트렌드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비지니스가 주목할’이란 수식어를 단 이 보고서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가 운영 중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 전 세계 37억명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도출한 트렌드 및 비즈니스를 위한 제언이 담겼다.
보고서는 올해 이후를 이끌 주요 문화 트렌드 키워드로 ‘정체성 탐험’, ‘릴레이션십 진화’, ‘확고한 열망’, ‘살아 숨쉬는 가치’ 등 4가지를 꼽았다.
■ 정체성 탐험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되는 정체성에 대해 탐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 ‘몸’과 ‘나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며,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인 설문조사 응답자의 4명 중 1명 꼴로 ‘#내몸사랑하기운동(#BodyPositivityMovement)’에 참여한 적 있다고 답했고, 인스타그램에선 ‘중년’에 대한 대화량이 전년 대비 2402% 증가했다. 중년을 긍정적인 변화의 시기로 여기는 인식과 논의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구하고 확장해나가는 흐름에 따라 다른 지역 문화와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수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국인 설문조사 응답자 57%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고 답했고, 62%는 다른 문화의 음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로 자신의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는 다른 나라의 지역적 특색이 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주로 중동에서 마시는 음료인 ‘낙타유’에 대한 대화가 페이스북에서 2682% 늘었고, 중국 팝음악을 일컫는 ‘시(C)팝’에 대한 관심도 인스타그램에서 1599% 많아졌다.
■ 릴레이션십 진화
보고서는 개인의 행복에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변함없이 중요하지만, 관계의 양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점차 변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남자친구’(4132%), ‘여자친구’(3167%), ‘친밀한 관계’(4078%), ‘소개팅’(1249%) 등 사랑과 관련된 용어 사용이 급증했고, ‘포트럭 파티’(103%)나 ‘카운트다운’(90%)처럼 함께 하는 순간들에 대한 언급량도 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록 물리적으로는 함께 할 수 없으나, 전 세계의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여전히 연결되고 싶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애정의 대상은 사람을 넘어 동물로도 확장돼, 페이스북에선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대화가 무려 2744% 증가했다.
이러한 연결에 대한 욕망은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 설문조사 응답자의 63%가 기존의 동영상 기술을 뛰어넘는 온라인 소통 방식을 원하고, 69%는 대면 만남이 주는 이점을 동일하게 누리면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국인 응답자의 65%도 신기술로 인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 등에서 삶이 더 편해질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 확고한 열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확고한 목표를 바탕으로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아우르는 웰니스와 커리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현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치유’를 언급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가 전년 대비 53배 이상 증가했고, 글로벌 설문조사 응답자 3명 중 1명 꼴로 상담 치료를 받거나, 앱 치료에 참여하거나, 자기 계발 강좌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웰빙 전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안식처로서의 집과 수면과 관련된 대화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커리어의 경우엔, 일의 본질적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설문조사 대상의 60%가 의미 있고 성취감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며, 35%는 일을 통해 전보다 많은 것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살아 숨쉬는 가치
보고서는 또 사람들이 본인만의 가치 실현에 점차 중심을 두고 있다고 짚었다. 가치 실현의 방법 중 하나로, 한국인 응답자 25%는 최근 6개월 내에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고 답했고, 그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정의나 환경과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환경 문제가 생활 면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는 홍수와 물 부족 같은 대화가 급증했고, 설문조사에선 이러한 변화들로 정신건강(46%), 신체 건강(22%) 모두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과거와 달리 전 세계 소비자의 74%가 재생 에너지원, 지속가능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친환경 차량, 생분해성 쓰레기 관련 대화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은 소비 습관에도 반영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와 연결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마치 친구와의 관계처럼, 브랜드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생각하는 바를 공유하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보고서 발간에 대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탐험하고 있는 만큼, 기업과 브랜드가 다양한 성별, 인종, 문화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며 “한국 마케터들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소비자와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메타 포어사이트 누리집에 올려져 있다. 마케터를 위한 제언들과 참고할만 한 브랜드 캠페인 사례들도 담겼다.
메타는 보고서를 공개하며 “빠른 시장 변화 속에서 기업과 브랜드가 소비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메타의 여러 플랫폼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연결되는 방식과 주요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히 매일 2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상호작용하는 만큼, 빅데이터 기반의 최신 트렌드는 변화를 예측할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2014년부터 연구원, 저널리스트, 마케터 등으로 구성된 ‘메타 포어사이트(Meta Foresight)’ 팀을 구축해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트렌드 전망과 인사이트를 포함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로 두번째 발행된 ‘문화 트렌드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7개국 소비자 2만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더불어 지난해 9~11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발생한 400만건 이상의 온라인 버즈를 분석한 결과도 반영됐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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