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 또 일냈다…한국 우주개발 사상 첫 ‘달 뒷면’ 촬영
내년 1월부터 각종 관측자료 일반에 공개
한국의 첫번째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달 뒷면은 지구의 지상에서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고, 반드시 우주 탐사선을 달 근처로 띄워야만 관측할 수 있는 곳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해 초 다누리가 임무를 시작한 뒤 촬영한 달 뒷면의 고해상도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다누리는 지난달 22일 치올콥스키 크레이터(운석 충돌이나 화산 분화로 생긴 움푹 들어간 지형), 같은 달 24일에 슈뢰딩거 계곡과 실라르드 엠 크레이터를 촬영했다. 사진을 보면 크레이터의 거친 표면과 여기저기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 모습이 생생히 목격된다. 밝게 빛나는 지형과 짙은 그림자도 선명히 관측된다.
이번 사진은 한국이 처음으로 찍은 달 뒷면 모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달은 지구의 중력에 꽉 붙들려 있기 때문에 지구의 지상에 설치한 망원경으로는 늘 앞면만 볼 수 있다. 달은 스스로 1바퀴 도는 자전 속도와 지구 주변을 도는 공전 속도가 같다. 그래서 지구를 향하는 쪽은 늘 일정하다.
이 때문에 달 뒷면은 우주 탐사선을 띄우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런 달 뒷면을 볼 수 있는 탐사선을 한국 기술력으로 만들고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달 뒷면은 바라보는 것도 어려운 만큼 착륙은 더 어렵다. 2019년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인 착륙선을 착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달 뒷면 모습은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해 다누리에 탑재한 ‘고해상도 카메라(LUTI)’가 잡아냈다. 이런 사진은 향후 달 지표의 구성 성분과 지형 형성 과정 등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기대했다.
과기정통부는 다누리가 탑재한 또 다른 관측 장비인 ‘광시야 편광카메라’가 찍은 비흐만 크레이터의 사진도 공개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이 카메라는 달 표면 토양의 입자 크기와 조성에 따라 빛이 반사되는 특징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월면을 촬영한다. 카메라에 잡힌 사진을 분석하면 월면에 깔린 표토의 성질을 알 수 있다. 파장이나 편광 필터 종류에 따라 사진 밝기가 달라진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만든 ‘감마선 분광기’와 경희대가 개발한 ‘자기장 측정기’도 정상적으로 관측 자료를 잡아내고 있다. 감마선 분광기는 월면의 감마선과 엑스선 등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고, 자기장 측정기는 달의 구조를 밝히고 향후 달 탐사를 위한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해 다누리에 실린 ‘우주인터넷 탑재체’는 지난달 29일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인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동영상을 달 궤도에서 지구로 보냈다. 우주인터넷 탑재체는 지난해 11월, 지구에서 128만㎞ 떨어진 우주에서도 같은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전송했다.
이밖에 다누리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섀도우캠’도 실렸는데, 지난 1월 달의 남극을 찍은 월면 사진이 공개됐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섀도우캠은 달의 남극에서 얼음 상태의 물을 찾는 게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이날부터 달 궤도상에서 다누리가 어디를 날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정보 서비스를 다누리 전용 홈페이지(www.kari.re.kr/kplo)에서 제공한다. 또 내년 1월부터 고해상도 카메라가 찍은 다양한 촬영사진을 보정해 일반에 공개하고, 광시야 편광카메라 촬영사진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달 전면 편광지도와 자기장·감마선 분석 자료도 같은 시점에 내놓을 방침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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