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합병땐 ‘함정 슈퍼 甲’ 방산업계 고용불안 우려…대책 필요”

현대중공업·HJ중공업 노조, 공정위에 촉구
“특수선 분야 공정 경쟁 방안 마련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 특수선 분야 근로자들이 경쟁당국을 대상으로 양 사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양 사가 결합하면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해 보완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HJ중공업지회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있어 특수선 분야의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을 하면, 한화그룹은 잠수함과 함정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방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함정 등 특수선 분야 경쟁입찰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사 노조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방산 부품을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우조선해양에 팔거나, 부품·기술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특수선과 잠수함,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개 사뿐이다.

양 사 노조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대한민국 조선소 방산 분야에서 한화그룹의 독점적 지위가 예상되기에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안전장치 없이 일방으로 처리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방위사업청이 올해 상반기에 발주할 8000억 원 규모의 최신형 호위함 개발 사업을 앞두고 경쟁사들이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수선 건조 기술력은 단기간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상반기 수주 경쟁에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큰 변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특수선 매출은 각각 7073억 원, 7056억 원이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