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망월지 수문 열어 올챙이 죽게 한 지주 1심서 벌금 2000만원

지난해 4월24일 대구 수성구 망월지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탓에 올챙이들이 폐사 위기에 처해 있다. 백경열 기자

지난해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망월지의 수문을 개방해 올챙이들을 말라 죽게 한 지주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내렸다.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 이영숙 부장판사는 12일 저수지 물을 빼내 두꺼비 올챙이를 집단 폐사시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9)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17일에서 22일 사이에 대구 수성구 망월지의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낮춰 올챙이 수백만마리를 말라 죽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성구는 생태조사를 통해 그해 3월14일부터 25일까지 성체 두꺼비가 망월지에 낳은 알을 328만5000~365만개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수문 개방으로 성체 두꺼비가 낳은 알의 약 0.05% 수준인 올챙이 1680마리 정도만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는 (수성구)공무원으로부터 두꺼비 올챙이가 폐사할 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수문을 열었다”면서 “야생생물과 그 서식 환경을 훼손하고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환경을 해쳤다”고 밝혔다.

대구 수성구 망월지 인근에서 지난달 6일 오후 알을 낳기 위해 두꺼비 한쌍이 저수지로 이동하고 있다. 수성구 제공

관할 지자체인 수성구는 망월지의 생태적 가치가 높아 이 저수지와 인근 욱수산 일대(27만2366㎡)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생태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씨 등 망월지 지주가 대부분인 수리계는 건축물 허가 등에 제약이 생기자 이에 반발해 수문을 열어둔 것으로 파악됐다.

수성구는 올챙이 폐사 이후 관련 내용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은 망월지 수문 개방과 올챙이 집단 폐사와의 관련성과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해 재판에 넘겼다.

수성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83억원을 들여 망월지 주변 사유지 17필지 중 13필지를 사들였다. 올해 안에 나머지 땅도 매입해 생태보전지역으로 허가받은 뒤 생태교육관 등을 지을 방침이다.

망월지는 2007년 새끼 두꺼비 200만~300만마리가 태어나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매년 2~3월쯤 산란한 뒤 5월 중순쯤부터 몸길이 약 2~3㎝인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욱수골로 옮겨간 뒤 집단 서식한다.

두꺼비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 수 있는 환경지표종 중 하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 망월지를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