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구텐베르크성경 보다 앞섰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박동미 기자 2023. 4.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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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인쇄의 역사를 주제로 대중에 전시하고 싶었다. 유럽 인쇄 기술 및 보존의 역사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성경이 중요한데, 이보다 앞서 한국에서 직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직지를 공개하게 됐다."

앙젤 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직지와 같은 희귀본은 전시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이해와 공유의 정신으로 한국 측과 과학적인 협력을 진행해 왔고, 직지의 고해상도 디지털화 작업이 그 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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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젤 佛국립도서관장 밝혀
현존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50년만에 파리에서 일반 공개
취재진, 한국 전시 계획 묻자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말없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11일(현지시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개한 직지 하권의 실물. 연합뉴스

“오래전부터 인쇄의 역사를 주제로 대중에 전시하고 싶었다. 유럽 인쇄 기술 및 보존의 역사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성경이 중요한데, 이보다 앞서 한국에서 직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직지를 공개하게 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을 50년 만에 대중에 공개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사진) 관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앙젤 관장은 12일(현지시간)부터 7월 16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의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전시 개최 의미 등을 설명했다. 이날 취재진에 직지를 사전 공개한 앙젤 관장은 “2011년부터 한국 문화재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해왔고, 그 중심에는 ‘공유의 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직지의 한국 전시가 추진될지 주목된다.

반세기 만에 수장고를 나와 전 세계 관람객과 만나게 된 직지는 그간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영상 등에서 그 모습이 알려진 바 있으나, 일반 관람객에 실물을 공개하는 건 1973년 같은 도서관에서 열린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처음이다.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승려 백운 경한(1298∼1374)이 역대 부처와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책으로 고려 우왕 3년(1377)에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78년 앞선 인쇄본으로, 2001년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도서관 측은 세계 인쇄 역사에서 중요한 직지를 그동안 특별한 고서 창고에 보관해 왔으며, 그 가치가 워낙 뛰어나 잠금장치도 따로 설치했다고 전했다. 앙젤 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직지와 같은 희귀본은 전시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이해와 공유의 정신으로 한국 측과 과학적인 협력을 진행해 왔고, 직지의 고해상도 디지털화 작업이 그 예”라고 밝혔다. 앙젤 관장은 그러면서도 한국 전시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현재 상황에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직지의 국내 반환이나 전시 추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도서관이 소장한 외규장각 의궤가 영구임대 형식으로 환수된 후, 같은 도서관에 있던 직지도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직지가 약탈 문화재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환수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또한, 압류를 염려한 프랑스 측에서 한국 전시를 꺼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특별 전시를 계기로 공동 연구 등 직지를 둘러싼 새로운 ‘공유’ 방식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문화재청은 11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도서관과 전시지원 및 학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전시 관련 강연 개최, 번역 지원과 행사 홍보 등을 맡아 진행한다. 김정희 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협업하고 좋은 신뢰 관계를 쌓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직접 직지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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