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간담회서 ‘수사 질의’ 진땀뺐던 이재명… 당 회의선 ‘윤정부 외교 때리기’ 집중

이재명 “미국 감청의혹 진상규명”
정청래 “굴종외교로 국제 호구”

누구 보고 있나?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발언에 앞서 참석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논란을 두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미국 변호사냐” “대미 굴종외교로 국제 호구, 글로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며 맹공을 이어갔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외교 문제를 짚기 위해 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관심은 사법리스크에 쏠려 빛이 바랬는데,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추진으로 이슈에 계속 불을 지필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일파만파인데 정부는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틀어막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는 도·감청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땐 모으더라도 친구 잘못은 단호하게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일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서두르고 대통령실 보안 강화를 위한 입법 조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발언 수위를 더욱 높여 “비굴하고 처참하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 변호사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일 굴종외교, 대미 굴종외교로 국제 호구, 글로벌 바보가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며 “줄줄 새는 국익을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안과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려 했으나 ‘측근 가운데 지금까지 5명이 사망했는데, 이재명을 위험한 인물로 봐야 하느냐’ 등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서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질문에 “저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로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기소와 관련해서는 “저로서는 대한민국의 법원을 믿고 법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 강릉 산불피해지역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