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의 시론]국민의힘 3가지 위기 신호

2023. 4.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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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총선 1년 앞두고 무기력 여당
이젠 야당 福도 수명 다해가
절박함과 간절함조차 안 보여
이탈한 대선 동맹 회복 급선무
조직 아닌 개인 우선 문화 깨야
지도부부터 희생·결단 보여야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린 제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10일이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0.73%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 아슬아슬한 대선 승부 때문에 야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169석을 가진 거야(巨野)가 사사건건 발목만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입법으로 정권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각제 같으면 연정(聯政)으로 돌파하겠지만, 대통령제 아래서 여당으로선 내년 총선을 통해 의회 구조가 바뀌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가 차고도 넘치고, 야당 의원들의 비상식적 언행과 입법 폭주가 도를 넘는데도 민심은 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야당은 장관이든 총리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탄핵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탄핵 중독증’이 심각하다. 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광역단체장들과 ‘일광 횟집’이라는 부산의 유명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것도 ‘일광(日光)’이 친일을 상징한다는 황당한 가짜뉴스로 공격하고, 식당에 별점 테러를 하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진다.

이런 상태면 ‘야당 복’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이 야당에 뒤지는 결과도 나오고 있고, 한국갤럽이 지난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가 50%로 집계됐다. ‘정부 지원론’(36%)보다 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보통 집권 1년 차엔 집권 세력에 일단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이 상식인데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지난 4·5 재·보궐선거 결과는 여당에 큰 위기 신호가 온 것이다. 관심이 떨어지고 투표율이 저조해도 선거는 선거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피력하는데, 여당은 민심의 명백한 경고 신호가 있는데도 마치 쓸모없는 ‘소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당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첫째, 집권 여당에 절박함과 간절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텃밭이라고 하는 울산마저 교육감과 기초의원을 민주당에 내주었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조직 표가 좌우하는데 한마디로 일선 당 조직이 뛰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기현 대표가 전주을 유세 지원을 갔을 때 나온 당원이 20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김경민 후보는 대선·지선에서 얻은 15%의 반인 8%밖에 얻지 못했다. 100명이 넘는 의원이 선거 지원 한번 가지 않았다. 뽑힌 지 얼마 안 되는 최고위원들은 연일 사고만 치고 있다. 웰빙당으로 다시 돌아갔다.

둘째, 동맹군이 없다. 우리나라 선거는 자기 세력만으로 승부를 내기 어렵다. 동맹 세력 없이 독자 생존은 힘들다. 지난 대선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진보에 있다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돌아선 ‘조국 흑서팀’ 등 동맹 세력이 지지했기에 승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김 대표가 내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끓이기도 전에 없어져 버렸다. 또,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영남 지역 의원들이 똘똘 뭉쳐 대구 출신의 윤재옥 의원을 선출했다.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모두 영남 일색으로 해 놓고 전국 정당을 강조할 수 있을까. 전광훈 목사로 상징되는 강경 보수 세력과의 관계 설정도 고민이다.

셋째,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하고 대통령만 쳐다보는 조직문화다. 당 대표를 선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비대위 운운하며 당을 흔드는 세력이 있다. 대통령실만 쳐다보고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움직이지 않는다. 아예 지역에 거주하며 서울은 가끔 오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당이야 이기든 말든 나만 당선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선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희생과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에선 초선인 오영환(35)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 신선한 충격을 주는데 여당엔 이런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다. 당초 공천 보장용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원초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인물 찾기도 절실한데, 벌써 ‘검사 공천론’으로 시끄럽다. 사즉생 하지 않으면 내년 4월 10일 총선 날 피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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