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도청(盜聽)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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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나지 않는 고속 착공기로 벽을 뚫고 도청장치를 심는다. 순식간에 응고하는 도벽재(塗壁材)로 구멍을 막고 주변 색과 똑같은 페인트칠을 하면 감쪽같다. 옆방은 물론 아래·윗방까지 엿들을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빅터 마르체티의 'CIA와 정보 숭배'에 나오는 내용이다.
2013년에는 CIA에 필적하는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 국가원수들까지 무차별로 도청했다는 폭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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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나지 않는 고속 착공기로 벽을 뚫고 도청장치를 심는다. 순식간에 응고하는 도벽재(塗壁材)로 구멍을 막고 주변 색과 똑같은 페인트칠을 하면 감쪽같다. 옆방은 물론 아래·윗방까지 엿들을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빅터 마르체티의 ‘CIA와 정보 숭배’에 나오는 내용이다.
1976년 박동선을 시켜 돈으로 미 의회 의원들을 구워삶았다는 코리아 게이트. 미 CIA가 청와대에 ‘고성능 지향성 전파’를 반사시켜 유리창의 떨림으로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도청 방지 필름 개발을 지시하고 청와대 창문을 3중·4중으로 코팅했다. 그래도 못 미더워 중요한 밀담은 산책을 하며 나누거나 필담으로 대신했다.
모스크바의 미국 대사관은 착공 후 무려 15년 만인 2000년에 완공됐다. 콘크리트나 벽돌 사이에서 온갖 도청장치가 발견돼 짓다가 허물기를 반복하며 진저리를 쳤다. 결국, 3000억 원을 들여 모래와 자갈, 건설 인부들까지 전부 미국에서 공수해 갔다. 물만 러시아산이었다. 제임스 콜린스 미국 대사는 “지금까지 건축물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건물”이라 혀를 내둘렀다.
2013년에는 CIA에 필적하는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 국가원수들까지 무차별로 도청했다는 폭로가 터졌다. 스노든 사건이었다. 놀랍게도 한국은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이스라엘 등과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정보 수집 대상국’으로 분류돼 있었다. NSA는 구글·페이스북·유튜브·애플 등의 서버 컴퓨터에 마음대로 접속하는 ‘프리즘’ 시스템도 가동 중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슈퍼컴퓨터와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온갖 신호정보(SIGINT)를 수집·분석하는 최첨단 ‘스테이트룸 작전(Operation Stateroom)’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 대통령실 도청 폭로에 이어 한국산 포탄 33만 발 운송 일정표가 공개됐다. 도청도 문제지만 2급 비밀까지 유출된 건 더 심각하다. 아무리 혈맹이라도 금선이 있다. 대통령실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미국이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없다”는 반응은 너무 성급하다. ‘100쪽 도청 폭탄’의 유탄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적어도 동맹국에 대한 확실한 설명·사과·재발 방지는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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