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보증보험 상반기 상장 계획 접었다…연내 상장도 불투명

정해용 기자 2023. 4. 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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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관리위원회, 상장 시기 연기
밸류에이션 낮춰야 하지만 회수율이 걸림돌
하반기 중 시황 보며 상장 시기 저울질할 듯

정부가 상반기(1~6월) 중에 서울보증보험을 상장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접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일정에 쫓겨 무리한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최대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상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서울보증보험 본사 / 사진 = 서울보증보험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말 열린 회의에서 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기로 한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공개(IPO) 일정을 전면 수정해 상장 시기를 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추기로 했다. 공자위에서 서울보증보험이 하반기 이후에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대주주인 정부가 갖고 있던 지분을 매각(구주매출)하는 것으로만 이뤄지는 기업공개에 부정적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자위원들은 상반기에 상장 계획이 있었지만 거시경제 환경과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시기를 찾자고 의견을 모은 상태”라며 “이달 말 열리는 공자위 회의에서도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10%를 상반기 중 상장을 통해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이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정부 공적자금이 10조2500억원이 투입됐었고 현재 미회수 공적자금은 5조9017억원이다. 현재 지분 93.85%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데 공자위는 원래 이달 중순쯤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내고 상반기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예보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10%를 구주매출로 한 IPO를 하겠다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다.

공자위는 이달 말 열리는 회의에서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예비심사 신청 일정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 5월 초에 바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도 45영업일 동안 이뤄지는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한을 고려하면 상반기 안에 상장할 수는 없다.

거래소는 자기자본, 매출액,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 등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서 기업이 갑자기 채무불이행 등 상황에 빠질 우려가 거의 없는 기업에는 20영업일 안에 심사를 끝내주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용 중이다. 서울보증보험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자위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공모가 확정‧청약 등 일정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신청으로는 이미 상반기 상장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런 사실을 공자위에서도 알고 있다”라면서 “공자위는 패스트트랙이 아닌 일반적인 청구 신청을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정부가 하반기 중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내면 실제 상장 일정은 내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이후 효력은 6개월 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효력이 있는 기간 중 가장 기업가치를 잘 받을 수 있는 시기를 골라 상장을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시기를 기다린 후 내년 초에 상장을 진행해도 된다.

정부는 서울보증보험 상장 때문에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한 데다 전셋값 하락으로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임차인이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면 보험료로 지원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전셋값이 크게 내리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서울보증보험이 변제할 금액도 늘어나 서울보증보험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그러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진행하는 IPO이기에 기업가치를 크게 낮춰 상장하는 것도 회수율을 떨어뜨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IPO에서 정부 지분을 모두 구주매출하는 것이 아닌 약 10% 정도만 매각하는 점이다. 정부는 IPO 이후 남은 지분을 2~3년간 수차례 입찰 또는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처분할 계획이다.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가 상장 후 잠재적 매도 대기물량(오버행)이 주가를 억누를 수밖에 없는 IPO 공모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큰 폭으로 낮춰서 낮은 공모가를 제시해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버행 이슈 때문에 상장할 때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크게 낮춰야 하는데 정부가 그런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렵고 높은 기업가치로 그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흥행에 참패해 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면서 “매각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정부가 추진하는 IPO여서 중도 포기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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