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 불가피” 웅장한 멜버른도서관[함영훈의 멋·맛·쉼]
빅토리아주립도서관, 쿡 고택 이건
구석구석 레인웨이, St.패트릭성당
[헤럴드경제, 멜버른=함영훈 기자]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북쪽으로 4블록,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스완스톤거리엔 시청보다 더 웅장해 보이는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 앞 계단형 마당엔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앉아 토론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풍경을 만난다. 이 웅장하고 예술적인 건축물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Victoria)이다.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황제가 지켜보는 듯 공부 안할수 없는 곳= 1854년에 지어진 멜버른의 상징적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다.
독자, 작가, 학생 및 예술, 문학 및 건축 애호가들, 여행자 모두 이곳의 주인이다. 안에서 조용하기만 하면 어디든 구경하고 필요한 자료를 둘러볼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1층으로 올라가 높이 솟은 팔각형 디자인의 돔형 공간인 신성한 라트로베(La Trobe) 열람실을 바라보노라면, 공부를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수 없는 엄숙함이 무섭지 않고 멋지게 깔린다.
마치 황제의 대관식 장소로 써야 제격일 것 같은 느낌의 장중함이 꽉 찬다. 공부도 하고 자료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여느 도서관과 같지만, 열람식 외곽을 복도식 문화예술-인문학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코완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수세기에 걸친 호주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다.
도서관에는 신문 열람실부터 어린이 센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계층과 요구에 맞춘 공간을 두고,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곳 도서관 앞 광장은 사통발달, 거의 모든 교통편이 오기 때문에 일종의 만남의 광장 기능도 한다. 동서고금 누구든 공부와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데, 공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도록 만드는 빅토리아주립도서관의 아키텍쳐를 보면서 건축이 주는 특별한 효과를 느낄수 있었다. 건축이 이 어려운 걸 다 해낸다.
▶멜버른 레인웨이와 아케이드= 플린더스 스트리트역-세인드폴 성당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두 블록 즉 200~300m만 걸으면, 레인웨이와 아케이드, 콜린스거리 등 공방-쇼핑-먹자-카페 거리를 만난다.
숨겨진 부티크, 유명한 레스토랑, 허름한 카페와 바이꼴리노 등 바, 이발소, 테라스가 있는 선술집 등이 있는 곳이다.
값싸고 편하게 길거리 음식을 즐기고, 이곳에만 있는 전통 깃든 악세사리 값을 흥정해보기도 한다. 친절한 종업원에게 여행 무용담을 꺼내며 싱겁게 말을 거는 여행자의 미소를 접하자, 서빙녀가 갑자기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드는 모습도 보인다. 수많은 인종의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정겹다.
콜린스 호텔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콜린스 거리는 명품 쇼핑으로 유명하며 엘레강스하게 분위기를 바꾼다. 그렇다고 다문화 다인종의 특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세인트 패트릭 성당= 멜버른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 촬영지 호시어레인 인근, 호주 빅토리아주 의회 의사당 뒷편에 있는 세인트 패트릭(Patrick) 성당은 호주 최대의 가톨릭 성당이자 가장 큰 규모의 고딕 건축물로 꼽힌다.
멜버른의 첫 번째 주교였던 제임스 굴드가 1858년 착공했으며 무려 80여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1940년 완공되었다.
그를 마주 대하면 웅장하다. 200년도 안된 곳이지만 원조격인 유럽의 여느 성당 못지 않은 압도적 위용이 있다. 전면의 첨탑 두 개 높이는 61m, 가장 높은 중앙 첨탑 높이가 105m에 이른다. 외벽이 청회색 사암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석양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물드는 모습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성당 외벽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야경도 아름답고, 내부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가운데, 1870년대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이 내려다 본다.
전체적으로, 아쉽게도 불타 없어진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구조가 느껴지는 가운데, 성단 뒤편에는 물 흐르는 계단이 길게 놓여있다. 이 물길을 황금 사자 부조상이 호위한다. 이곳이 포토포인트.
성당 이름은 아일랜드 수호성인에서 유래되었으며, 19세기에 멜버른의 아일랜드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건축되었다.
건축자재는 전세계에서 좋다는 것을 모두 조달했으며, 주 석재로 청회색 사암을 썼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검게 변했다.
세인트패트릭 성당 성가대는 호주 전역에서 매우 유명하다. 일요일 저녁 미사에 참석하면 이 천사의 성가대 음성을 들을수 있다. 성당의 입장은 무료이다.
▶쿡 선장의 집, 웰링턴 퍼레이드역= 멜버른 도심 동쪽 리치몬드 가는 길, 이스트 멜버른엔 쿡선장의 집이 있다. 제임스 쿡은 태평양을 세 번이나 항해했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남쪽해안과 하와이섬에 도착했다. 자필 원고로 세계 일주 항해 일지를 남긴 항해사이자 지도 제작자이기도 하다.
멜버른과 인연이 없는 그의 집이 이곳에 있는 것은 1934년 멜버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후세 사람들이 그를 멜버른에서도 기억하기 위해 영국 요크셔에 있던 그의 집을 이건(移建)해왔기 때문이다. BTS의 서머패키지 촬영지 완주 아원고택도 다른 곳에 있던 한옥을 이건한 것이다.
쿡 선장의 부모가 지은 이 오두막은 1934년 러셀 그림웨이드 경에 의해 옮겨졌는데, 벽돌 하나하나를 253개로 분해하고, 포장한 다음 일련번호를 붙여 멜버른으로 배송되었으며, 이를 멜버른에서 재조립해 요크셔에 있던 모습 그대로 옮겼다고 한다.
입구의 대들보나 주방의 식탁, 장식용으로 놓인 트렁크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오두막집 안에는 쿡 선장 관련 자료를 비롯해 영국에서 가져온 경로 등을 상세히 전시하고 있다. 낡은 탁자와 침대, 촛대, 식기, 의자와 옷가지, 주방 도구까지 섬세하게 재현해 놓았다.
쿡의 성장, 인생 스토리가 있고, 수백 년 된 골동품, 유쾌한 영국식 코티지 정원, 18세기 의상을 입은 자원봉사자, 마구간 등을 보는 곳이다. 한국어 설명서도 있으며, 마당한켠에선 우리의 투호놀이 비슷하게 링 고리걸기 게임도 한다. 단체견학도 많으며, 교육형 해설도 해준다. 〈계속〉
▶멜버른 여행 글 싣는 순서= 〈3월18일〉 ▷호주 멜버른 감동여행, 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 문화·예술·축제의 중심 V미술관·F광장 ▷질롱, 빅토리아주 2대 도시의 한국사랑 〈3월19일〉 ▷캐세이퍼시픽 특가로 호주여행..팔방미인 멜버른 여행 리스트 〈3월21일〉 ▷추억을 싣고 청정지역을 달리는 ‘퍼핑빌리 증기열차’ ▷그레이트 오션로드① 멜깁슨이 반한 ‘이곳’…남극의 파도와 서핑·코알라가 반긴다 ▷그레이트 오션로드② “파도의 침식이 빚어낸 웅장함”…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포트켐벨 ▷다채로운 멜버른을 몰라봤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지면〉 ▷옛 영화 한 장면처럼...추억 싣고 나무다리 달리는 증기열차〈지면〉 ▷남극 바람이 말을 걸어오는 곳, 그레이트 오션로드〈지면〉 〈3월24일〉 ▷멜버른, 호주에서 가장 핫한 도시..메리어트 1000번째 호텔 호주 첫 리츠칼튼 멜버른 등장 〈3월28일〉 ▷이민박물관에서 울던 원주민 여학생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필립섬 펭귄들의 밤 퍼레이드 ▷금광 노동자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4월6일〉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산꼭대기 노천 온천의 감동, 모닝턴 매력 벨트 〈4월12일〉 [도심 랜드마크 여행] ①“멜버른 탐험 플린더스 역으로 가라” ②에펠탑·런던아이 닮은 멜버른 명물들 ③“열공 불가피” 웅장한 멜버른도서관 〈4월20일〉 ▷멜버른 골드러시 시간여행, 그램피언스 에코투어 ▷캥거루 호주머니가 있어서 호주라고?-호주에만 사는 동물 만나는 곳 ▷호주 제1도시 비상 목전, 멜버른 풍선여행 〈4.27〉 ▷신비의 붉은 모래..멜버른 두 개의 로얄보타닉 가든 ▷멜버른 샌드링엄 석양, 체리호의 낭만..현지인의 핫플 ▷멜팅 멜버른, 누구든 맞는 음식, 커피천국, BYO술문화
abc@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다리던(?) ‘바닥’ 드디어 찍나…2분기 삼성전자, 15년 만에 ‘전체 적자’ 먹구름 [투자360]
- “한국보다 낫다고?” 중국, 삼성 ‘달 사진’ 촬영까지 흉내냈다
- “일본와서 싸구려 식당 인증샷…한국 관광객 기이해” 日극우인사 망언
- “뭐가 잘못이죠?” '우회전 일시정지' 2분 마다 1대 위반
- “여기어때 얕잡아 봤다가” 모텔 대실 신화 야놀자, 굴욕 당했다
- “서태지 입던 그 옷” 돌아온 티피코시, 잠뱅이…‘레저렉션 패션’이 뜬다 [언박싱]
- “북한보다 더 싫어”…2030세대가 꼽은 ‘비호감 국가’ 1위는?
- “男 3만원, 女 2만5000원” 클럽처럼 꾸민 게스트하우스…여전히 불법 판친다
- “어제 먹었던 곰탕에 혹시?” 수입 냉동소족서 동물용의약품 초과 ‘검출’
- 전례 없는 ‘초유의 결별’…부러움 샀던 ‘유명 부부’ 그동안 무슨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