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들 “당이 전광훈 목사 손아귀에 있으면 안돼”
김기현 대표에 쓴소리 쏟아내
“당이 목사 손아귀에 있으면 안된다.”(홍문표 의원)
“집권여당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엔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정우택 국회 부의장)
12일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처음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렸다. 중진들은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어때야 하는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홍 의원은 당 개입 논란이 가시지 않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당론 대처를 주문했다. 그는 “전 목사가 흘러들어오는 얘기로 20만, 30만명을 우리 당에 심어놨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이 되고 있는데, 당론으로 결정을 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면서 “(당이) 목사 손아귀에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 예배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 관련 실언을 한 데서 시작된 전 목사 논란을 당론으로 수습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홍 의원은 “정책 홍보가 중요하다”며 “양곡관리법을 대통령이 거절했을 때 오는 이득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이 쌀 한가마에 20만원을 상향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지도부가 30분 전에 티타임 안하나. 최고위 의제가 있다면 극비가 아닌 이상 서로 소통해서 가야지, 각자 도생으로 가니 분열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오해가 있을까봐. 티타임 다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지도부 인사들의 언행에 대한 엄격한 대응을 제안했다. 그는 “당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집권 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이런 언행이 없으면 현장 당원들이 굉장히 힘들다”며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따른 설화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 징계 등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 부의장은 3·8 전당대회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을 거론하며 “지자체 선거이긴 하지만 최근 재·보궐선거 (패배)가 주는 시그널도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김 대표가 국회의원 30명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중요한데 부각이 안됐다”며 “당이 적극 수렴 절차를 거쳐서 당론으로 관철해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께 신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단합에 의해 엉뚱한 선거법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이 선제적으로 선거법을 국민께 제시해 국민의힘이 여당답게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전임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신상필벌은 지도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만일 읍참마속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절대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재발굴위원회를 구성해서 가동시켰으면 한다. 총선에 임박해서 사람을 고르네, 뭐하네 하면 그밥에 그나물 소리 듣는다”며 “그러지 말고 1년 전부터 밀도 있게 사람을 발굴하고 총선 채비시켜서 이런 사람들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은 인재 영입과 함께 데이터로 뒷받침되는 공천을 주문했다. 그는 “20대(2016년)와 21대(2020년) 총선은 우리 환경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공천 과정 잡음 때문에 진 케이스”라며 “민주당은 그 2번의 총선 과정에서 당내 공천 분란이 없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도 당헌당규에 따라 어떻게 공천한다는 원칙을 빨리 확정해서 발표해야 한다”며 “공천 원칙에 적용할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당협감사라든지 이런 것을 빨리 해서 당원들이 승복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 당당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한·미 국방장관이 통화해서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사실 관계 파악이나 진상 확인은 비공식적으로라도 끝까지 해야 한다”며 “그게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한미관계다. 한미관계가 주종 관계 동맹이 아닌 대등한 동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중진들의 의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중진회의 만족스러운가”란 기자의 질문에 “회의라는 게 만족스러운 게 어딨나. 늘 해야 되는 거고 필요하면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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