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돈키호테’가 춤을 춘다

2023. 4. 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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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186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맡아 초연한 발레 '돈키호테'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발레를 처음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의문이었어요. 돈키호테는 왜 마임만 하고 걸어만 다닐까. 그 의문에서 작품의 재안무가 시작됐습니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선 '늙은 돈키호테'의 젊은 시절 모습을 통해 역동적인 안무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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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고전 ‘돈키호테’ 재안무
고전의 감동 살리되 동시대와 호흡

“‘돈키호테’는 작품의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왜 돈키호테가 주인공이 아닐까?”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186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맡아 초연한 발레 ‘돈키호테’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제목은 ‘돈키호테’지만, 정작 공연은 아름다운 여인 키트리와 이발사 청년 바질의 사랑 이야기로 105분(인터미션 제외)을 끌고 간다.

“발레를 처음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의문이었어요. 돈키호테는 왜 마임만 하고 걸어만 다닐까. 그 의문에서 작품의 재안무가 시작됐습니다.”

‘돈키호테’(12~16일·예술의전당)가 다시 태어났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차세대 안무가’로 주목받는 송정빈은 고전을 비틀어 동시대 관객과 호흡할 준비를 마쳤다. 최근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에서 만난 안무가 송정빈은 “고전은 고전대로 인정하고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해 나만의 방식대로 재해석한 안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색다른 시도에 영감을 받았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핵심 줄거리는 그대로 둔 채 인물들의 비중을 조절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높였다. 원작이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엔 돈키호테의 사랑과 모험에도 비중을 실었다. 물론 주인공은 여전히 키트리와 바질이다.

원작 속 돈키호테는 나이가 많아 춤을 추지 못하는 ‘늙은 기사’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선 ‘늙은 돈키호테’의 젊은 시절 모습을 통해 역동적인 안무를 그린다.

송 안무가는 “돈키호테를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했다”며 “늙은 돈키호테가 가진 무용의 제약을 덜어내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장면에선 돈키호테가 “풍차로 돌진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그려진다.

2막 ‘드림신’은 돈키호테가 살아 돌아온 장면이다. 부츠를 벗어던지고 슈즈를 신고, 수염을 떼낸 ‘젊은 돈키호테’는 자신의 이상형인 둘시네아와 파드되(2인무)를 춘다. 기존 ‘돈키호테’의 팬들이 사랑한 원작의 ‘화려한 춤’과 볼거리는 그대로 남겼다. 정열적인 스페인을 보여주는 춤과 의상,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2인무)’는 여전히 핵심 안무로 남아있다.

재안무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염두한 것은 고전의 감동은 살리되, 동시대와 호흡할 작품으로 매만지는 것이었다. 그는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며 “‘돈키호테’는 오래된 작품임에도 시대에 뒤처진 설정은 적은 편이었다.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지금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전개와 개연성을 중점에 두고 안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지점도 있다. 150여년 전 고전을 2023년으로 가져오면서 ‘숏폼 시대’의 빠르고 짧은 호흡이 반영, 간결하고 유쾌해졌다. 송 안무가는 “유튜브에 익숙하고, 무엇이든 빠르게 돌아가는 현시대에 맞춰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했다.

송정빈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2020년 ‘해적’으로 전막 발레 안무가로 데뷔했다. 국립발레단이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안무가로의 역량도 발휘하게 됐다. ‘해적’은 100년 역사의 독일 비스바덴 5월 음악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다.

“국립발레단만의 클래식 레퍼토리를 만들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세계 무대에서도 이질감 없이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에요. 서양 고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도 국립발레단 고유 레퍼토리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K-팝과 드라마처럼 K-발레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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