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라면 원조기업, K라면 통째로 베꼈다…‘볶음면’ 한글까지 박아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 닛신식품이 지난달 국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 모방 제품을 출시했다.
닛신이 내놓은 건 컵라면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진한 진한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와 봉지라면 ‘닛신 야키소바 볶음면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다.
이 제품들은 삼양식품이 지난 2018년 선보인 ‘까르보불닭볶음면’과 매우 유사하다. 포장지 색깔이 연한 분홍색으로 거의 비슷하고, 일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인데도 제품명에 ‘볶음면’이라는 한글을 표기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한글과 일본어 상표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닛신의 제품명(‘볶음면’)과는 차이가 있어 상표권 법적 대응은 어렵다”면서 “불닭볶음면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한국 라면 짝퉁 제품을 출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도 불닭볶음면 모방 제품이 판매돼 논란이 일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포장지가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어로 ‘엄청’, ‘한국불닭맛’ 등이 적혀 현지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다만 닛신의 경우 일본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라면회사여서 업계가 더욱 놀라는 분위기다. 세계 라면 시장에서 K-라면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삼양식품이 과거 6·25 전쟁 이후 닛신에 라면 제조 기술 전수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삼양은 이후 닛신의 경쟁사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지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했다. 현재는 묘조식품도 닛신에 인수된 상태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닛신이 삼양 제품을 베끼는 쪽으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는 한국 가요와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흥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라면 인기가 높아진 덕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약 2744억원)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금액이다.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 수출액(1억8193만달러)보다 14.3% 증가했다.
특히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는 특유의 매운맛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형성하고 있다. 삼양의 지난해 매출은 9090억원, 영업이익은 904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42%, 38%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56% 신장한 6057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급등했다.
삼양식품은 현지 법인 설립과 신시장 개척 효과가 호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에도 지난 2019년 현지법인 삼양재팬을 설립했다. 지난해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26.9% 증가한 21억엔(약 20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 회사들이 일본의 인기 식음료 제품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며 “특히 라면의 경우 라면 종주국인 일본보다도 한국 제품들이 인기다. 이름부터 패키지까지 표절 제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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