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격 맞은 듯 철골만 남은 강릉 막국수집…저동골 폐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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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불씨부터 먼저 꺼야겠다."
강원 강릉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화마(火魔)가 다녀간 이튿날인 12일.
경포도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저동골 일대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곳곳이 무너지고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실제 이날 전소 피해를 입은 저동골 주택 곳곳은 잿더미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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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단 한곳의 잔불 놓치지 않기 위해 두눈 부릅"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저기 불씨부터 먼저 꺼야겠다."
강원 강릉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화마(火魔)가 다녀간 이튿날인 12일. 경포도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저동골 일대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곳곳이 무너지고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따뜻한 봄날, 손님 맞을 시간으로 분주해야 할 막국수집도 모두 타버린 채 철골 구조물만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메뉴판이 걸려 있어야 할 것 같은 외벽에는 손해사정인의 영업용 명함이 꽂혀 있었다.
전날 이재민 대피소에서 묵고 이날 아침 다시 집을 찾은 한 이재민 가족은 화마가 휩쓸어 간 터전의 모습이 낯선지 허탈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동네 곳곳에서는 막판 잔불 제거가 한창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해당지역과 인접한 강릉 강문지역 10분 단위 평균 풍속은 초속 3.7m로, 전날보다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9~10시 사이 최대풍속이 초속 10.4m까지 올라가는 등 강풍이 간헐적으로 불고 있다.
또 같은 시간 북강릉 지역이 21%의 낮은 실효습도를 보이면서, 잔불이 되살아나 바람을 타고 인접 산림에 옮겨붙을 경우 언제든 화마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전소 피해를 입은 저동골 주택 곳곳은 잿더미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속불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소방당국을 비롯한 의용소방대원 등은 이른 아침부터 펌프차와 등짐펌프를 메고 동네 이곳저곳을 돌며 잔불 제거를 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잿더미에 호스를 대고 물을 뿌려대자 안에 갑자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안에 머금어 있던 수증기가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연기다.
이날 잔불제거에 동원된 동해소방서 조인수 소방관은 "만에 하나 상황을 대비해 동네 곳곳을 살피며 잔불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단 한곳의 잔불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원소방은 이날 저동골을 비롯해 안현동 등 경포도립공원 일대 9곳에서 잔불정리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번 산불은 지난 11일 오전 8시20분쯤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 530개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가 됐다.
산불로 전소된 안현동의 한 주택에서는 거주자인 88세 남성이 숨진채 발견됐다.
주택, 펜션 등 총 100곳이 넘는 시설물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다. 안전을 위해 불이 난 지점 인근 마을 주민 557명이 강릉 아이스아레나, 사천중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대피 과정에서 주민 1명이 2도 화상을 입었고,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 2명이 안구 불티, 가슴 2도 화상을 입었다.
소방과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약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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