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고서] 후륜수동 끝판왕…달리면 즐거운 '토요타 GR86'
(지디넷코리아=김재성 기자)"86은 드라이버를 키우는 차다."
일본의 유명 자동차 경주만화인 '이니셜D'에서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쿠미의 아버지는 86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AE86'은 80년대 차로 자연흡기 FR(전방 엔진 후륜구동)이라는 고전적인 설계와 전자장비가 전무한 차로 나온다.
직렬과 수평대향 4기통 엔진에 6단 수동기어, 그리고 후륜구동까지. 토요타 86은 오로지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가치 아래 편법이나 꼼수가 통하지 않는 드라이버의 순수 실력으로 주행하는 차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1987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에 사라진 AE86의 후속 모델을 표방하는 'GR86'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다.
한국토요타의 시승 기회로 토요타 GR86을 타봤다. 1박 2일간 서울 일대와 경기도를 주행하면서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달려봤다. 시승 거리는 약 100km다. 도심과 고속주행을 포함해 연비는 9.4km/L(리터)로 나타났다.
처음 GR86을 봤을 때 느낀 점은 ‘낮고 짧다’였다. 스포츠카의 특성상 바닥에 낮게 붙은 차라는 느낌이다. 날렵한 이미지의 오버행, 낮은 중심의 와이드한 스탠스는 후륜구동 차량 특유의 감성을 표현한다.
GR86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4천265mm, 1천775mm로 현대자동차 최초의 FR 스포츠 쿠페로 불리는 ‘제네시스 쿠페’보다도 작다. 운전석에 앉으면 거의 눕듯이 착석해야 한다. 편의기능은 최소화된 채 제공된다. 하지만 이 차의 매력은 편의기능의 부재에서 나온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요즘 수동 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은 거의 보기 힘들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동 차량은 자취를 감췄고 생산 라인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GR86은 이러한 대세를 거슬러 자기만의 영역을 고집하는 아웃사이더 같은 차량이다.
GR86은 6단 수동 변속기를 적용해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가졌다. F4 형식 자연흡기 엔진의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3초다. 부드러운 기어변속은 GR86의 장점이다. 여기에 묵직한 클러치 무게감은 적절한 변속 타이밍을 맞출 수 있게 돕는다.
수동차의 불편함은 주행에서 상쇄된다. 도심 속을 달리면서 올라오는 엔진음은 차체 내부에서 잔잔하게 울렸다. 여기에 GR86 전용으로 개발된 FR 플랫폼은 주행 안정성을 강화했다. GR86은 특히 코너링에 강한 차다. 운전석 힙포지션을 포함해 차량의 무게중심과 전고를 낮춰 코너링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안전기능은 최대한으로 적용됐다.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가 탑재돼 양측 사이드미러에 경고등을 표시해 준다. 후측방 경고장치도 갖췄다. 무릎 에어백이 새로 포함된 7개의 에어백으로 탑승객을 보호해준다. 야간 주행 시 헤드램프는 운전대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돼 운전자의 시야를 밝혀줬다.
주행을 중심으로 한 편의기능도 제공된다. 8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기본 적용되고 차량 내부에 8개의 오디오 스피커가 탑재됐다.
GR86은 2.4리터 엔진으로도 강력함을 자랑했다. 이미 GR86은 양산모델 런칭 전 프로토타입으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참가해 2012년 SP3 클래스 우승, 2014년 SP3 클래스 우승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가격대도 매력적이다. 스탠다드 트림은 4천30만원, 프리미엄은 4천630만원이다.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스포츠 쿠페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2023년 기준 국내에 토요타 서비스센터는 33개로 수리 걱정도 일부 덜 수 있다.
GR86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겠다는 토요타는 수소 연료 전지 차로 수동 기어를 조작할 수 있게 개발하고 있다. 이에 토요타는 AE86 H2(수소엔진) 컨셉과 AE86 BEV(전기차) 컨셉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토요타는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 전략에 따라 다양한 전동화 모델의 선택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GR86은 지난해와 올해 2월까지 97대를 판매했다. 볼륨 모델이 아닌만큼 철수 없이 고객에게 달리는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동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예고한 만큼 앞으로 GR86의 미래가 기대된다.
김재성 기자(sorrykim@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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