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는 반드시 지킨다는 마음으로" 화마와 2시간여 사투

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2023. 4. 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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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로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경포 일대가 쑥대밭으로 변한 가운데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재들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 11일 오후 강풍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던 산불이 '경포대'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재청과 강릉시 등 관계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국가민속문화재인 강릉 선교장에서도 소중한 유산을 지키기 위해 살수작업을 벌이는 등 불안감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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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산불로부터 문화재 사수 위해 안간힘
경포대, 강릉 선교장은 지켜냈지만
방해정 반파, 상영정 전소 등 피해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부터 국가지정 보물인 경포대를 지키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지난 11일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로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경포 일대가 쑥대밭으로 변한 가운데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재들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포대' 인근까지 불이 근접했지만 살수작업 등을 통해 가까스로 지켜냈다.

지난 11일 오후 강풍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던 산불이 '경포대'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재청과 강릉시 등 관계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시뻘건 화마가 경포대 턱밑까지 위협하자 산림과 소방당국, 공무원 등 100여 명이 경포대를 사수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진화 인력들은 정자에 연신 물을 뿌리는 등 방화선을 구축하며 2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였다. 그 결과 화마로부터 경포대를 지켜냈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1일 경포대 턱밑까지 확산한 산불. 전영래 기자


문화재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포대에 걸린 현판 7점을 우선 떼어내 인근 오죽헌박물관 수장고로 옮겼다. 그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는 것이다.  

강릉시 허동욱 문화유산과장은 "경포대가 강릉을 대표하는 만큼 이 곳은 반드시 지켜내야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힘을 모았다"며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을 후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데 일조를 했다는 것에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국가민속문화재인 강릉 선교장에서도 소중한 유산을 지키기 위해 살수작업을 벌이는 등 불안감이 고조됐다. 다행히 오후 들어 단비와 같은 소나기가 지나가면서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을 지키려는 인력들. 강릉시 제공


그러나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은 반파되고 비지정문화재인 상영정이 전소되는 등 수백년 세월을 간직한 문화재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방해정은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북쪽 호숫가에 조선시대 후기 정자로 1976년 6월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1859년에 통천군수였던 산석거사이봉구가 객사 재료 중 일부를 사용해 선교장 부속 건물로 건립하고 만년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상영정은 조선후기에 경포호 주변에 지어진 작은 정자로 있으며 비지정문화재다.

당시 호해정과 금란정에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 결과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당국은 피해 현황 등을 면밀히 살핀 뒤 보호 대책 등을 강구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민가를 덮친 강릉 산불. 전영래 기자

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주불이 잡혔다. 이 불로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주택 59채와 펜션 34채, 호텔 3곳, 상가 2곳, 차량 1대, 교회시설 1곳, 문화재 1곳 등 101개 시설이 모두 불에 타거나 일부 소실됐다.

또 80대 남성이 미처 산불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숨졌고, 주민 1명과 진화대원 2명이 각각 2도 화상을 입었다. 주민 10여 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당초 649명의 주민들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사천중학교로 대피했다. 대피 인원 중 일부가 자택으로 귀가해 현재 강릉 아레나에만 텐트 135동에 292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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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jgam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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