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고(下高)는 맞는거야?”…점점 낮아지는 韓 성장률에 불안감 증폭
경제 버팀목 수출 한파 지속에 소비심리 부진
예정처 “하반기에 1.8% 성장”…상저하고 무색
내년 성장률도 부정적…“긴장감 늦춰선 안 돼”
국내외 주요 기관과 투자은행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부진하다가 하반기부터 2% 이상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의구심도 커지는 양상이다. 그동안은 주로 외국 기관이 한국 경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하반기 성장률이 1%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와 밀접한 미국 경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국제유가도 다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상저하고를 우리 경제가 하반기 이후 정상 궤도에 복귀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 8대 글로벌 IB “올해 韓 성장률 1.1%”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골드만삭스·바클레이즈·씨티·JP모건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 8곳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평균 1.1%에 그쳤다. 6개 은행이 1%대를 예상했고 씨티는 0.7%, 노무라는 -0.4% 성장을 예상했다. 1.2%를 제시해온 HSBC는 지난달 1.0%로 0.2%포인트(P) 낮췄다. HSBC처럼 한국 성장률을 추가로 하향 조정하는 기관이 나올 경우 성장률 예상치 평균은 1%를 밑돌 게 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건 다른 나라 성장률에 대해선 기관 전망이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어서다.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다. 세계 성장률도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하긴 했으나, 이전에 2.7%에서 2.9%로 올렸다가 다시 소폭 조정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전망과는 결이 다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이달 4일 우리 성장률은 1.5%로 유지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46개 개발도상국 성장률은 작년 12월 대비 0.2%P 오른 4.8%로 제시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경기 둔화 강도가 세다는 게 기관들의 분석이다. 대외 교역이 부진할 뿐 아니라 민간 소비 등 내수 회복도 더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쪼그라들었다.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0.2로 전월보다 0.5P 하락했다.
경기 하강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정부가 예상해온 상저하고 경제 흐름에 관한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를 자극하듯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달 3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성장률을 1.8%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간 대부분 기관이 하반기엔 2% 넘는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는데, 1%대를 제시한 건 예정처가 처음이다.
한국은행도 경제 성장에 관한 전망 톤을 점점 어둡게 바꾸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기존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 내년 성장률 전망도 낮아져… “지금은 저강도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는 내년 성장률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투자은행 8곳의 2024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월 말 기준 2.1%에서 3월 말 기준 2.0%로 0.1%P 내려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미·중 갈등 심화, 대형 은행 파산과 같은 예기치 못한 악재가 발생하면 언제든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대응의 여파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진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보니 상저하고란 말이 등장한 것”이라며 “하반기가 상대적으로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의미일 뿐이니 ‘하고’를 경제 정상화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지표도 자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미국 경제 둔화 조짐이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올해 3월 민간 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14만5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2월(26만1000개)보다 10만개 이상 급감한 수치이자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1만개)를 크게 밑돈 것이다.
국내에서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가 4.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가 서서히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했으나, 최근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져 이마저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강성진 교수는 “저강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흐름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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