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꺼져도 남는 후유증…산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제 강원도 강릉에서 큰 산불이 났다. 오전 8시 30분 무렵에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민가로 빠르게 확산했고, 축구장 530개에 달하는 면적인 약 379ha(헥타르)를 태운 후 오후 4시 30분에 진화됐다. 강원도는 "이번 산불로 인해 557명이 대피했으며 주택 42채, 펜션 9동 등의 재산 피해가 생겼다"라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피해도 있었다. 산림·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1명이 숨지고 12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해 물질 덩어리 산불 연기, 알츠하이머병도 유발
산불은 경제적인 손실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불 연기로 인한 건강 피해다. 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할 때 주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연평균 5ug, 일일 평균 15ug)보다 약 32배나 증가하며, 천식 유발 물질인 벤젠 등이 함께 배출된다.
또한,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연구 프로그램인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지원사업(ReSEAT)'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미세먼지(PM2.5)와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아크로레인 등 다양한 유해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이 인체 내에 유입되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뇌졸중, 천식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산불 연기의 유해성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회의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리사 밀러(Lisa Miller) 생리학과 교수는 "산불 연기의 40%를 차지하는 미세먼지는 산불 연기의 가장 위험한 요소다"라며, "미세먼지가 폐 안쪽과 혈류에 침투하면 장기적으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을 겪고 있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질병관리센터(BC Centre for Disease Control)도 "산불 연기를 직접적으로 마시면 폐에서 산소를 혈액 안으로 보내기 어려워지고, 연기가 호흡기를 자극해 면역 몇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중국 중산 대학교(Sun Yat-sen University)와 영국 런던 위생학 및 열대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 역시 2021년 9월 '란셋 지구 보건(Lancet Planetary Health)'을 통해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43개국 749개 도시에서 매년 적어도 3만 3,510명이 산불 연기로 인한 각종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며, 한국에서도 매년 773명이 같은 원인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보고했다.
산불 연기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2021년 미국 보이시 주립대학교(Boise State University) 연구진이 '후성유전학이해저널(Journal Epigenetics Insight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뇌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저하한다. 연구진은 "산불 연기에 노출되어 발생한 체내 염증 반응이 뇌로 이동한 후 DNA 메틸화 변화를 유발해 학습 및 기억력을 관리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 영향을 미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산불사고 났다면?...신고 후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산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산림청(042-481-4119), 소방서, 경찰서, 산림항공본부, 지방산림청, 국유림관리소 등 산림 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시에는 산불이 발생한 위치를 최대한 상세히 알려야 한다.
산불이 작다면 입고 있던 외투 등을 사용해 두드리거나 덮어서 진화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산불이 커지면 최대한 빨리 해당 지역을 벗어나 멀리 떨어진 논, 밭 등 안전지대로 대피해야 한다. 단, 산불은 바람을 타고 확산하기 때문에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주위에 마땅한 안전지대가 없다면, 참나무 등이 있는 활엽수림으로 대피해야 한다. 활엽수는 불에 강한 내화수목으로 산림을 조성할 때 산불의 빠른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만약 대피할 시간도, 주변에 안전지대도 없다면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 불에 잘 타는 연소 물질들을 제거하고, 바람을 등진 채 얼굴을 가리고 낮은 자세로 엎드려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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