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의 모든 것, 강철호 프린스턴리뷰 대표

오홍석 기자 2023. 4.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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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좁게만 느껴진다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해외 유학.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이 찾는 미국 유학에 대해 알아봤다.

강철호 프린스턴리뷰 대표는 “미국 대학은 학생의 성적이 좀 떨어져도 장점이 도드라지면 선발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학생이 해외 유학을 떠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하면서 실제로 해외 현지에 체류 중인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해외 대학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곳은 단연 미국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는 3만9491명의 유학생이 체류 중이다. 이는 전체 해외 체류 유학생의 31.8%에 해당한다. 한 번쯤 고민해봤을 유학이지만 여전히 입시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얻기 힘들다. 일부 유학원은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을 요구하거나 언어의 장벽을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신빙성 있는 팁을 얻기 위해 6년간 현장에서 유학 진학 노하우를 축적해온 강철호 프린스턴리뷰 대표를 만났다. 1981년 미국에서 설립한 프린스턴리뷰는 미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학원이다. 전 세계 20개국, 70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대학이 단순히 성적만 보지 않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프린스턴리뷰는 미국 대입을 위한 입시 준비와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자유로운 환경에서 대가의 강의 들을 수 있는 기회"

학령인구는 주는데 여전히 유학생 수는 10만 명을 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말씀하신 대로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가정에서 아이가 하나, 많아야 둘이다 보니 부모님이 할 수 있는 한 최상의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자연스레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 선진국으로 눈을 돌리는 거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는 다른 방식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아무리 부모가 그걸 원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의 의견입니다.

유학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크게 2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저 또한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교과서에 '첸의 공식(Chen Correlation)’가 등장합니다. 그 공식을 만드신 분이 제 교수님이셨어요. 이렇게 책에서 보거나 뉴스로만 접하던 분들의 수업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 사회 분위기상 학생 신분일 때는 자유를 억압당하다가 사회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유롭게 개성을 펼치라고 요구받잖아요. 유학 가면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생에게 유학이 적절한지 궁금합니다.

미국 대학은 기숙사와 학교, 도서관만 돌면서 학점 잘 받고 빨리 졸업하는 학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좋은 의미로 '설치는’ 학생을 좋아합니다. 수업 중에도 맞든 틀리든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개진하는 학생이 돋보일 수밖에 없죠. 이런 성격의 학생이라면 외국에서도 학교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을 마친 뒤 한국에서 취업할 때 불리한 점은 없나요.

요즘 유학생들이 "취업시장에서 해외 대학 프리미엄이 사라졌다"고 자주 얘기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990년대 제가 유학 갔다 온 시기에도 비슷한 말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저는 이렇게 봅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다면 그곳 방식으로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과 문제를 해결하고 고차원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훈련을 받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본 학생이 한국에서도 잘할 거라고 봅니다. 간혹 컴퓨터공학 같은 공학 분야에서는 학벌 프리미엄이 있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봤을 때 학벌 하나로 인생이 풀리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유학 하면 값비싼 대학 등록금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교육에서 비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비용이 더 들기 마련. 비용을 고려한다면 유학 시기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언제 유학을 가는 것이 좋고,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미국 대학입시에서 최근 생겨난 변화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대학 입학 자격시험(Scholastic Aptitude Test·SAT)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SAT 이외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유학 비용은 정보력으로 충당 가능

강철호 프린스턴리뷰 대표는 “학벌로 나머지 인생이 풀리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뒷받침이 어렵다면 유학은 힘들까요.

확실히 미국이 한국보다 생활비가 비쌉니다. 비행깃값만 해도 무시 못 하죠. 돈이 많이 드는 고정비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학비는 정보력을 갖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도 전반적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저 같은 교육자들에게 학생들을 많이 보내달라는 요청합니다. 학교에서 장학금을 포함해 학생들에게 주는 금액을 '파이낸셜 패키지’라고 하는데, 이 비용을 많이 책정해놓은 학교가 다수입니다.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학원에도 반액 장학금,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유학 가는 학생들이 매해 있습니다.

해외 대학에 가려면 언제부터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미국 대학은 9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3 성적부터 대학입시에 포함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 2학년부터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준비하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러 가는 게 아니라 영어로 좋은 교육을 받으러 유학 가는 거잖아요. 너무 어릴 때부터 한국을 떠나 있으면 영어와 한국어 모두 흔들리는 사례를 여럿 봤습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죠.

고등학교는 현지에서 나오는 게 더 유리한가요.

정보력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합니다. 다만 미국 대학입시의 경우 입학사정관이 그간 해온 관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가령 미국 미시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다면 미시간에 있는 대학의 입학사정관, 교내 상담사(카운슬러)와 교류할 기회가 있습니다. 또 해당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미시간주의 학생을 많이 뽑아봤으니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기본적으로 높을 거고요. 이러한 측면에서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SAT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도 나오는데요. SAT가 여전히 중요한가요.

우선 내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미국 입학사정관이 한국의 등급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원할 때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미국 대학입시를 준비한다면 SAT 점수를 가져가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미국 대학은 외국에서 오는 학생이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를 알고 싶어하고, 토플(TOFEL) 점수로 영어 강의를 따라갈 수 있다고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SAT는 더 강력한 지표이니까요.

SAT가 한국의 수능처럼 절대적인 위상을 갖는 것 같지 않은데요.

미국에는 약 3000개의 대학교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SAT는 오랜 시간 있어왔고, 위상이 바뀐 건 비교적 최근 몇 년 사이입니다. 입학사정관들이 그간 학생을 심사할 때 반영해온 관성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말하는 명문대 입학을 원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아 나쁠 건 없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해외 대학 입학에도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이 바뀌었습니다. 1년에 한 번, 9월에 미국에서 가장 큰 대학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지난해에는 비대면으로 진행해 올해 2년 만에 갔다 왔는데요. 확실한 변화는 SAT의 비중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SAT가 자주 취소되고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하면서 학생들도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보니 일어난 일이죠. 장점이 있다면 다양성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SAT를 보기 힘들었던 개발도상국의 학생이 캠퍼스에 늘었는데, 대학들은 문화가 풍성해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학교의 다양성 증가에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이 공부를 하기 위해, 이 학교에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에 대한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한국 입시에는 실패했지만 보란 듯이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이도 종종 있다. 해당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대중은 잠재력 높은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는 한국 입시 시스템을 비판하곤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하기에 이런 차이가 생겨나는 것일까.

"도드라지는 장점 있다면 다른 부분 부족해도 높게 평가"

한국은 해마다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해외로 공부하러 떠난다. 이중 30%의 유학생이 미국 대학에 진학한다.
한국 입시 환경에는 적응 못 하다가 미국 명문대에 합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유가 뭘까요.

저도 자주 접하는 경우입니다. 제 생각에 미국 대학은 학생들의 장점을 우선적으로 봅니다. 한국 대학은 숫자와 지표로 학생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모든 과목을 다 잘하는 학생을 좋아하는 반면, 미국 대학은 1가지라도 해당 분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발전해온 스토리가 있는 학생을 좋은 학생이라고 봅니다.

미국 외에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 나라별로 유학 준비에 차이가 있나요.

홍콩은 이름난 상위 5개 대학에 많이 가는데요.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싱가포르는 실용적인 학문을 강조하면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풍이 강해서 한 분야에 도드라지는 장점이 있는 학생을 선호하고요. 아시아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적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영국 명문대는 입학이 굉장히 어렵고 대체로 분위기가 학구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간 편차가 좀 크다고 생각합니다.

토론과 논술이 많은 미국 대학에서 고전하지 않으려면 대입 입시와 병행해야 할까요.

대학 입학 이후를 위해 입학 준비 과정에서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암기를 잘하고 객관식 문제를 잘 푸는 건 굉장히 좋은 스킬이고, 미국에도 객관식 시험이 많습니다. 주관식 시험에 약하다면 글을 못 쓰는 것인지, 영어를 못하는 것인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토론도 글을 말로 바꾸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걸 최우선 순위에 두고 나머지는 다 제쳐두기보단 일단 눈앞의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부하면서 실력이 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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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지호영 기자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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