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화장실 갇힌 30대 독거男…“하이 빅스비” 한마디가 5시간 사투 끝냈다

2023. 4.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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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건장한 남성이 화장실에 5시간 넘게 갇힌 채 사투를 벌이다 문밖 휴대전화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사연이 알려졌다.

A씨가 AI에 도움을 요청한 지 30여분 만의 탈출이다.

A씨는 "휴대전화 AI가 없었다면 경찰과 소방서도 연락이 안 되고 아마 지금까지 갇혀 있었을 것이다. 휴대전화 덕에 살아 고맙게 생각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휴대전화를 꼭 챙기고 퇴로를 확보해야 함을 절감했다. 6일 있었던 자격증 시험에도 간신히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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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5시간 넘게 갇혔던 화장실. [연합뉴스 독자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30대 건장한 남성이 화장실에 5시간 넘게 갇힌 채 사투를 벌이다 문밖 휴대전화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사연이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플랫폼 ‘빅스비’가 이 남성을 살렸다.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심가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 5일 오후 7시쯤 일과를 마치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돌연 잠긴 문 탓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A씨가 사는 집은 반지하로, 화장실은 창문도 없고 넓이도 1㎡에 불과한 협소한 공간이었다. 외부와 소통이 불가한 A씨는 자력으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키 170cm, 몸무게 102kg의 건장한 체구인 A씨는 출입문을 발로 차고 몸으로 부딪혀봤지만 출입문이 워낙 튼튼해 열리지 않았다.

A씨가 5시간 넘게 갇혔던 화장실 천장. [연합뉴스 독자제공]

A씨는 세면대 옆의 얇은 쇠 파이프를 떼어낸 뒤 3시간 넘게 문 손잡이 옆부분에 구멍을 내보려 했다가 실패했다. 화장실 천장도 뚫어봤지만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는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며 살려달라고 괴성을 지르다 5시간이 지나며 체력이 고갈돼 자포자기에 이르렀다.

그때 A씨를 살린 건 불현듯 머릿 속에 떠오른 휴대전화였다. 책상 위에 놓고 온 휴대전화의 음성인식 AI를 소환해 보기로 한 것. A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 42분 휴대전화 AI를 향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약 3분간의 간절한 외침 끝에 AI가 A씨 목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이 빅스비. 긴급전화”

A씨는 휴대폰에 전남 목포에 거주 중인 아버지와 어머니 전화번호를 불러 차례로 연결하도록 했다.

한밤줄 걸린 전화였지만 A씨의 부모님은 잠에서 깨어나 전화를 받았다. 패닉에 빠진 A씨가 “119∼ 119∼”를 계속 외치자 위중한 상황을 직감한 부모님이 경찰과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경찰은 오전 0시 17분께 A씨 집으로 찾아가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A씨가 AI에 도움을 요청한 지 30여분 만의 탈출이다.

A씨가 5시간 넘게 갇혔던 화장실. [연합뉴스 독자제공]

A씨는 "휴대전화 AI가 없었다면 경찰과 소방서도 연락이 안 되고 아마 지금까지 갇혀 있었을 것이다. 휴대전화 덕에 살아 고맙게 생각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휴대전화를 꼭 챙기고 퇴로를 확보해야 함을 절감했다. 6일 있었던 자격증 시험에도 간신히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장에 통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팔을 위로 치켜드느라 탈출 이후에도 5일 동안 팔을 못 움직였다. 쇠 파이프로 문에 구멍을 내려다 손바닥은 살점이 패일 정도의 찰과상을 입고 깨진 유리 조각이 발에 박히기도 했다. 화장실 문짝과 천장 등 부서진 집기는 집주인이 전부 수리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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