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정책, 중증장애 중심으로 가야 안전한 사회"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3. 4. 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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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시사매거진 제주=장애공감 제주사회] 고현수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장
"35년간 장애 인권 분야 현장에서 활동 …지난해 11월 관장으로 선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하루 1100여명 이용하는 도내 최대 장애인종합서비스기관"
"소아마비 중증 장애로 청소년기 힘들어 부모님 당당하게 키워주심 감사"
"장애인 결정권 존중 필요…무조건 도와주려는 것보다 기다려줘야"
"장애인 문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30년 전보다 개선되나 디테일 변화 필요"
"장애 통합적 운영 복지전달 체계 필요, 장애인 유니버셜 디자인 조성 방향으로"

고현수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장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7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고현수 관장

◇박혜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장애 공감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이 시간에는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 분들 또 열정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보는 시간으로 함께 하는데요. 오늘은 제주도의회에서 도민을 대변하는 도의원으로 활동을 하다 현재 탐라 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현수 관장을 스튜디오에서 만나봅니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고현수> 네. 안녕하세요. 고현수입니다.  

◇박혜진>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이 도내 장애인복지관에서는 굉장히 규모가 큰 복지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고현수>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온 지가 넉 달쯤 되고요. 현재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이 제주시 이도일동 도심지에 있거든요. 건물 규모가 8000㎡쯤 됩니다. 규모가 좀 크고 다른 장애인복지관에 비하면 2~3배 정도로 하루에 1100여 명 정도가 이용하는 장애인종합 서비스 기관입니다.

상담, 치료, 교육, 직업적응교육, 주간보호, 가정 내에 있는 재가장애인을 위한 방문 서비스에 이어 생애주기별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라고 규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혜진> 이 시간은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분들을 만나는 시간인데요.  관장님께서도 지금 장애를 갖고 계시잖아요. 현재 어떤 장애 갖고 계시죠.  

◆고현수> 저는 소아마비예요.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창궐했는데 소아마비로 인해서 저는 하지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가 됐는데 심한 장애와 경증 장애로 분류가 되거든요. 저는 중증 장애에 들어갑니다. 예전 급수로 하면 1급부터 6급까지가 있는데 1급이 최중증이고요. 저는 그 가운데에 있는 3급 정도입니다.

◇박혜진> 관장님이 삶을 살아오셨을 때 장애로 인해 쉽지만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습니까.  

◆고현수> 제가 지금 60세에서 조금 모자란 나이인데 그 당시는 사회적 분위기가 장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저도 청소년기가 있었을 것이고 청소년기에도 장애에 대한 비관이 없었을까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당당히 키워주셨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오랫동안 비관하는 일은 없었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시외버스 타고 다녔었습니다. 한 35㎞ 버스를 타게 되면 30분 정도 소요되는 길이었는데 저희 집이 큰 도로에 있었으니까 정류소가 바로 옆에 있었거든요. 어느 하루는 버스가 정차를 않은 채 저를 태우지 않고 가버리더라고요. 근데 그 모습을 저희 아버님이 보신 모양이에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제가 결혼하고 난 이후에 저희 아버님이 그때 상당히 속상해서 울었다라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런 경험이 사회의 정책을 변화시켜야 된다고 해서 저상버스를 제주 사회에 꼭 도입시켜야 된다라고 생각했던 모멘텀이 됐었던거구요. 

90년대 초 제가 월간지 기자 생활을 잠시 했었습니다. 그때가 민주화 과정이어서 집회도 많았어요.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다니던 시절이었죠. 그때 기자 면접 과정에 격렬한 집회 취재에 제 몸이 간수가 되겠느냐 질문이 들어왔어요. 제가 어떻게 대답했냐면 '두고 보시라 저는 펜대로 말할 것이다' 라고 했었습니다. 결국 한 명 뽑을 거를 두 명 뽑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장벽에 부딪히는 DNA가 저희 아버님한테서 물려받았던 것 같아요.  

◇박혜진> 장애인을 대할 때 비장애인들이 많이 하는 실수들이 있을 거예요. 이 시간을 통해 알려주시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현수> 무조건 장애인을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분도 자기 결정을 하고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도움을 청해야 될 때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너무 급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사실 저를 처음 대면했을 때 얼굴이 먼저 보이는 게 아니라 저의 장애와 목발이 먼저 보이는 것 같아요. 당연한 거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만났을 때 휠체어가 먼저 보일 수 있고 언어가 어눌하거나 못하게 되면 그게 먼저 각인되지 않습니까. 부족한 게 맞는데 그건 차이라고 생각을 해야 되는 거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서 다름과 차이가 아니라 차별로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박혜진> 차별하면 안 되죠.  

◆고현수> 도민들께서 장애인을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다름과 차이로 바라봐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박혜진> 관장님께서 그동안 쌓아오셨던 사회적인 이력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역할들을 해오셨어요.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고현수> 제가 청춘과 이 나이까지 35년간 인권과 복지 현장에서 주로 복무를 했고 사회 문제 해결은 정치에 답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정치권도 노크를 해서 도의원으로서 소명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복지현장으로 다시 돌아간거구요. 제 장애에 대해서 정체성을 갖게 해준 장애인 문제는 어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이렇게 각인시켜준 장애인 운동의 동지들과 동료들이 때로는 비판도 해주고 또 지지해줘서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게 되지 않았느냐 생각을 해봅니다.

◇박혜진> 제주 도내의 장애에 대한 인식들은 나아지고 있는지 어떻게 평가하세요.  

◆고현수> 변화되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제가 35년 정도 인권위원장과 복지 현장에 있었고 또 도의원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까. 30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30년 전과 지금은 상당히 차이가 있죠. 편의시설도 그렇고 취업 환경도 그렇고 장애, 인권, 복지와 관련된 법령이 다른 계층보다 되게 많아요. 그만큼 관심의 영역이고 지지의 영역이 됐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부분에는 아직 개선돼야 될 과제들이 좀 많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박혜진> 많은 것들이 시도되어 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들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고현수> 간단한 부분부터 보면 장애인 주차장에 비장애인들이 지금도 차를 세워요. 높은 보도턱, 이동을 가로막는 턱, 건축물도 여전히 계단으로 돼 있어서 휠체어 이용객이 못 들어가는 부분들이 있고 우리의 장애인 정책이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가야 됩니다. 중증장애인 중에 관심과 법 그리고 제도의 영역에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분들이 있어요. 특히 발달장애 쪽은 더 신경 써야 될 거라고 보거든요.

또 중복장애라고 예전에 표현을 하는데 예를 들어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언어장애를 같이 갖고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역사에서 보면 헬렌켈러 같은 분이 있죠. 최중증이죠. 최중증 장애인데 복지 전달 서비스 체계가 분리돼 있는 거잖아요. 시각은 시각대로 지체는 지체대로 청각은 청각대로 이거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복지전달 체계가 있어야 돼요.

대상은 경증장애보다는 중증장애 중심으로 가야 되고 중증장애 중심으로 가면 경증장애가 소외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장애 정책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거든요.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제가 강조하는 것들이죠. 사회 자체가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설계하는 것들입니다.

◇박혜진> 올 한 해 갖고 있는 계획들도 나눠주세요.  

◆고현수> 제가 3년 임기를 보장받고 상근직으로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을 맡고 있고 비상근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인권위원회 위원장직을 3년 동안 보장받고 있습니다. 저는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서는 비장애와 장애 간에 벽을 허무는 사회통합의 기관장으로서 소명을 다 하는 것이고요.

제주도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는 제주사회가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되는 제주도가 될 수 있도록 그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그중에 1년을 그렇게 소임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박혜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현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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