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포탄 33만발 이송’ 유출이어, 韓 155mm 포탄 50만발 대여

정충신 기자 2023. 4. 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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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유출 美 기밀문건 韓 생산 155㎜ 포탄 33만발 이송 일정표 포함
美, 韓 포탄 비축하고,미군 기존 포탄 우크라 지원…간접지원설 확산
국방부 “韓美, 우크라 자유수호 지원방안 협의…구체 내용 확인 어렵다”
155㎜ 곡사포 포탄. 육군 페이스북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에 한국에서 생산한 155㎜ 포탄 33만발 등을 옮기기 위한 일정표 추정 문서가 포함된 가운데, 한국산 155㎜ 포탄 50만발 미국 대여 계약과의 연관 가능성에 국제사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모성 무기인 포탄을 타국에 판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제공하는 건 매우 이례적으로, 미국이 한국산 포탄을 비축탄으로 관리하고,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우크라 우회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50만 발은 지난해 말 정부가 미국에 판매한 155mm 포탄 10만 발보다 5배 많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다.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mm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10만 발 이상을 추가로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고 정부는 미국에 50만 발을 제공하되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소식통은 “한미 정부 관계자들이 지원 방식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부 원칙을 지키면서 혈맹인 미국의 요구에 성의 있게 응할 방법을 찾은 끝에 포탄 제공 물량을 대폭 늘리는 대신 대여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해오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50만 발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서 구매한 10만 발을 활용한 방식과 같다. 정부는 포탄을 대여하면 포탄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 있고 나중에 돌려받아야 해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우려가 낮다고 본다. 그럼에도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문건에 포함된 한국 포탄 운송 일정표로 보이는 문서. SNS 캡처

이와함께 현재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유출 문건 중 ‘대한민국 155 운송 일정표(33만)’(ROK 155 Delivery Timeline(330K)) 제하의 문건에는 포탄의 운송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미국 정부의 2급 비밀인 ‘비밀’(secret)로 표기돼 있는 해당 문서는 올해 2월 27일 작성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여기에는 한국산 155㎜ 포탄 33만발을 유럽 등지로 옮길 경우 사용될 동선과 소요 시간 등이 빼곡이 적혔다. 문서에는 시행명령(EXORD·execute order) 발령 후 10일째 항공편으로 첫 이송을 개시하며 45일째까지 하루 4700여발씩을 옮기게 된다고 적혀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에 보관 중인 미군 전시비축 포탄 8만8000발을 더해 시행명령으로부터 한달 이내에 약 18만3000발을 목적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시행명령후 27일과 37일째에는 한국 경남 진해항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수송선 한 척씩이 출항해 72일차 전후까지는 해상운송도 마무리짓는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은 포탄 운송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유출돼 미국 언론들에 소개된 기밀의 맥락을 따져볼 때 이들 포탄은 우크라이나 직·간접 지원을 위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 언론은 3월초 작성됐다는 별개의 유출 문서에 ‘한국산 155㎜ 포탄 133만발’이란 표현이 등장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에 미국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달라고 압박하자 한국 정부가 해법을 고심하는 내부논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지난달 교체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등 외교안보 콘트롤타워의 기밀 대화 내용이 도·감청 등을 통해 미국 군사·정보 당국에 그대로 입수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대통령실 내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불가 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이 거론됐다가 시기적으로 한미정상회담과의 ‘딜’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폴란드를 통한 우회 포탄 지원 카드가 대안으로 검토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지원한 ‘M777 155mm 견인포’. 155mm 포탄을 사용하는 무기다. 한국은 155mm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11월11일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제공한다’는 NYT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국방부는 “미국 내 부족해진 155㎜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 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우회 지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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