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대두 생산국 아르헨, 폭염에 최악 작황... “밥상 물가 자극”

지난 1월(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산타페주의 한 농장 들판에 소 두 마리가 죽어 있다. 이 농장에선 이번 가뭄으로 소 300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AP 연합뉴스

대두와 옥수수 세계 5대 생산국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가 역대급 폭염으로 작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두 생산량은 이번 세기 들어 가장 낮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왔다.

미국 농무부(USDA)는 11일(현지 시각)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2022·2023년 아르헨티나 대두 생산량을 2700만t 규모로 예상했다.

이는 1999·2000년에 2120만t의 생산량을 기록한 이후 2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옥수수도 수확량 추정치가 3700만t에 불과해 2017·2018년의 3200만t 이후 가장 적은 양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로이터통신은 미 농무부의 이 같은 추정치가 한달 전 보고서의 예측치보다도 더 낮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엔 대두 3300만t, 옥수수 4000만t을 전망했으나 이를 낮게 수정한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대두·옥수수 작황이 이렇게 나빠진 것은 전례없는 폭염의 영향이 크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한여름(12~2월)에 체감온도 40도를 넘는 날이 상당기간 지속됐으며, 3월 기온만 놓고 보면 중부 지역에서는 62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현지 시장의 객관적 자료를 살필 수 있는 로사리오 곡물거래소 보고서를 인용해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곡물 피해가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190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두와 옥수수의 세계 5대 생산국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에서 작황이 부진함에 따라 세계 곡물가격도 들썩일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의 곡물 수출 감소액은 139억달러(약 18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주요 대두 수입국인 중국이 돼지고기 수요 증대를 위해 단백질 사료에 들어가는 콩 수입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가격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 로이터에 따르면 2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대두 선물 가격은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세자릿수 물가 상승 등 경제난에 주요 수출품목인 곡물 생산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아르헨티나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발표 때의 2.0%에서 이달 0.2%로 크게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