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보다 짜릿!선수 할래요" 윤성빈X정승기 후예들의 봅슬레이·스켈레톤 '청스한' 질주[靑運:청소년운동]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홍승주-구서영 선수조가 실내아이스스타트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5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언맨' 윤성빈(29)이 스켈레톤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썰매의 성지,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 아이들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지난 2월 24~25일 대한체육회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이 주최한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 '온더트랙'에 '스피드레이서'의 로망을 품은 남녀 꿈나무 40여명이 집결했다.

비인기종목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일반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원팀'으로 출전해 우정과 추억을 쌓는 대회. 국내 유일 썰매부가 있는 상지대관령고의 학생선수 홍승주(18) 등이 참가한 가운데 스포츠 진로에 관심 있는 일반학생들이 생애 첫 '봅슬레이'에 도전했다. '운동만능' 윤성빈이 고등학교 때 재능을 발견, 한체대 진학 후 스켈레톤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신화는 이들에게도 회자되는 스토리.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난해 8월, 지난 1월, 두 차례 바퀴 달린 썰매로 기본기를 익힌 후 이날 '찐' 얼음트랙 도전에 나섰다.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참가 선수들이 스펀지봅 체험을 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롤러코스터 같아요" "선수 도전할래요"

먼저 몸풀기 종목 '스펀지봅(슬레이)' 체험이 진행됐다.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4명의 학생이 스펀지 썰매에 올라탔다. 기존 썰매 시속 140~150㎞의 절반인 시속 70㎞라는데도 체감 속도는 상상 이상. 상기된 표정으로 썰매에서 내린 '고3 체대 입시생' 강재모(18·동대전고), 류우찬(18·대전 대성고)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며 생생한 후기를 쏟아냈다. "밖에서 볼 땐 별로 빨라보이지 않았는데 '스펀지봅'인데도 너무 빠르더라. 선수들이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 제안에 형들이 손사래를 치는 와중에 '중3'(이)동현이(여주 대신중)가 눈을 반짝였다. "타기 전엔 겁났는데 타고 나니 재밌어요. 선수도 한번 생각해볼래요."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스켈레톤 국가대표 정승기 선수가 스켈레톤 시봄을 보이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홍승주-구서영 선수조가 실내아이스스타트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본게임은 학생선수-일반학생이 '2인1조'로 봅슬레이 썰매를 밀어 스타트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대회. 올 시즌 '스켈레톤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정승기(24·강원도청·세계랭킹 4위)가 실내 아이스스타트 훈련장에 등장했다. "나도 딱 이 나이 때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청스한'을 통해 우리 종목의 인기도 더욱 올라가고, 좋은 선수들도 많이 배출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거북선 헬멧을 쓴 '월드클래스' 국대의 불꽃 스타트 시범, 얼음트랙엔 "와!"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구서영-홍승주 선수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곧이어 밀라노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스파이더맨' 헬맷의 홍승주와 '여고생' 구서영(16·리라아트고)이 각각 파일럿(앞자리)과 브레이크맨(뒷자리)으로 스타트대에 섰다. 신호음과 함께 "하낫! 둘!" 힘차게 발을 맞췄다. 홍승주의 폭발적인 질주, 뒤에서 밀던 구서영이 가볍게 썰매에 올라탔다. 4초092를 찍었다. 구서영은 "썰매를 밀어본 건 처음"이라면서 "선수분이 하드캐리했다. 뒤에서 미는데 전 그냥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선수라 확실히 다르다. 달리기도 정말 빠르고 힘도 엄청 세다"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홍승주는 "일반학생과 썰매를 타본 건 처음"이라면서 "잘 못탈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잘 타더라"며 웃었다.

구서영은 이번 '청스한'을 통해 선수의 길을 결심했다. "전혀 무섭지 않다. 힘을 실어 썰매를 밀고 올라탄 후 속도를 즐기는 게 너무 재미있다"면서 "선수가 돼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싶다"고 또렷히 말했다. '선배' 홍승주가 반색했다. "처음 치곤 잘 달리고 잘 밀었다. 선수 해도 될 것같다"며 응원을 건넸다. "봅슬레이의 매력은 폭발적인 스타트와 주행시 스피드다. 더 많은 분들이 '청스한'을 통해 봅슬레이의 매력을 접해보고, 재능이 있으면 선수에 도전해 제 경쟁자가 돼줬으면 좋겠다"며 참가를 독려했다.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정승기 스켈레톤 국가대표와 홍승주 학생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구서영-홍승주 선수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누군가의 멘토, 서로의 운동친구

스켈레톤·봅슬레이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서로를, 국가대표 선배가 꿈나무 후배를 응원하는 훈훈한 현장이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후 첫 시즌 세계선수권, 월드컵 메달을 휩쓴 '신흥 에이스' 정승기는 '상지대관령고 직속후배' 홍승주를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관령에서 나고 자란 '평창 키드' 홍승주는 횡계초 시절 평창올림픽 프로그램을 통해 봅슬레이를 처음 접했고, 이후 스키를 하다 중3 때 봅슬레이로 전향했다. 목표는 선배 윤성빈, 정승기처럼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출전하고, 메달도 따는 것. 정승기는 "어릴 때부터 힘든 훈련을 견뎌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열심히 하면 나보다 대단한 선수가 될 수 있다"며 후배의 꽃길을 응원했다. 홍승주 역시 "올림픽에서도 꼭 메달을 따시길 응원한다"면서 "저도 밀라노올림픽에 형과 같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정승기 스켈레톤 국가대표와 홍승주 학생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홍시환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대외협력관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이번 대회를 준비한 홍시환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대외협력관은 "올해로 두 번째인 스켈레톤·봅슬레이 청스한은 평창올림픽 유산을 활용하면서 스켈레톤, 봅슬레이의 매력을 청소년들에게 알리기 위한 행사"라면서 "올해는 평창기념재단의 지원으로 '스펀지봅' 체험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으로 썰매를 직접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기존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된 측면이 있고, 국가대표 선수들도 기꺼이 함께 해줘 뜻깊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3 때 처음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베이징올림픽에 나간 정승기 선수처럼 오늘 참가한 학생들이 미래의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종목의 팬이 될 수 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3봅슬레이스켈레톤 청소년스포츠 한마당' 대한체육회 김현우 주무 평창=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02.25/

사격선수 출신 김현우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 주무는 "봅슬레이·스켈레톤 청스한을 통해 내년 2024 강원청소년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동계종목을 체험하게 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썰매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