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25년 만에 첫 반도체 공식 감산…삼성전자에 무슨 일이?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2일)도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여기 보니까 오늘 2가지 품목을 준비한 것 같은데요. 작년 1분기와 올해 1분기를 비교한 걸로 보이는데, 이 두 품목의 위상이 좀 바뀌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품목들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초 석 달 동안에는 우리 돈으로 무려 45조 원을 벌어들였던 첫 번째 품목 올해 들어서는 40% 급감했고요.
지난해에는 첫 번째 품목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던 두 번째 품목은 올해 들어서는 덩치가 좀 엇비슷해졌죠.
바로 우리 수출의 2가지 주력품목 반도체와 자동차입니다.
반도체는 지난해 3월이 역대 최고 실적, 자동차는 올해 3월이 그랬습니다.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수출까지 합치면 자동차 관련 수출이 반도체를 앞지르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자동차의 반도체 역전 2017년 이후로 처음입니다.
자동차 수출이 2020년까지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감소할 동안 반도체는 격차를 크게 벌려왔습니다.
4월 들어서 최근 열흘 동안의 수출입 현황을 어제 관세청이 발표했는데요.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지만 우리 자동차 수출은 기록적인 호조, 반도체는 기록적인 부진을 보이면서 자동차 관련 수출이 반도체를 계속해서 앞지르고 있는 겁니다.
자동차는 2021년부터 눈에 띄는 수출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기차나 SUV 같은 비교적 비싼 차, 부가가치가 높은 국산차들이 해외에서 잘 팔리면서 이런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자동차가 반도체의 빈자리를 채워주니까 다행이기는 한데 그동안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했던 비중이 굉장히 컸잖아요. 지금 수출 부진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이거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이 바닥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분기부터는 수요가 공급보다 좀 더 커지면서 반도체 경기가 호전될 걸로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반도체 경기라고 할 때는 보통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를 가리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와 휴대폰, 서버들 만드는 데 있어서 기본 부품인데요. 지금 쌓여있는 재고에 비해서 찾는 데가 많지 않아서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반도체는 석유랑 좀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석유가 펑펑 나는 중동의 몇몇 나라들이 유가가 좀 떨어지면 모여서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다시 올리죠.
메모리 반도체도 세계적으로 제대로 생산하는 회사가 몇 곳 없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수요가 부진해서 가격이 떨어지면 몇 안 되는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줄여서 재고를 줄이고 가격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삼성전자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감산으로 지금 상황에 대응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삼성전자까지도 감산을 공식적으로 밝혔죠.
매출도 매출이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96%나 줄어들면서, 힘들어도 "감산은 안 한다"던 기조를 바꾼 겁니다.
이제 메모리 반도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나섰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그래도 공급보다 수요가 커져서 반도체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정부와 시장이 함께 갖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삼성전자도 이제 감산에 동참하기로 공식 발표를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감산에 동참하지 않았던 이유는 뭡니까?
<기자>
사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에 나선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외환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사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이른바 '치킨게임'이라는 것을 한다고 합니다.
강자가 다른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감산할 때 버티고 투자를 계속해서 경쟁자를 밀어내고 부진 사이클이 끝나면 그렇게 해서 버틴 회사가 더욱 강해져 있고 이런 시장입니다.
삼성전자는 감산과는 별개로 투자는 계속한다고 밝혔지만요.
업계 1위 삼성전자도 못 버티고, 결국 25년 만의 감산을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그만큼 반도체 업황이 요즘 좋지 않다는 방증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3분기부터는 반도체 시장 조금씩 회복세일 거라는 예상은 대체로 공통적이지만, 그렇다면 그 회복의 빠르기는 어떨까 그건 이렇게 좋지 않은 시장에서는 지금으로선 미지수입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게 지금 우리 입장에서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 부진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좀 더 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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