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 중 가장 높은 수는 아홉(9) 아닌 다섯(5)?
현재 다수의 인류가 공유 중인 서수 체계는 고대에 단일의 공간 관념에서 기원한 기호체계이며, 한국어와 일본어 서수 체계 역시 같다는 주장이 신간 도서(유라시안 엔드게임 3편: 가믄의 비밀, 강성운)를 통해 제기됐다.
그동안 한국어와 일본어가 동일 어군으로 규정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서수 체계의 동일성 입증이 난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해묵은 과제를 입증할 결정적 근거가 삼국유사에 기재된 가야 9간 목록에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서수 체계를 풀기 위해 먼저 다섯(5)에 주목한다. 다섯(Ⅴ)은 그리스·로마에서도 단지 계산상 편의를 위한 분절점이 아니라, 고대인 특유의 공간 관념이 반영된 기하학적 기호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 기호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저자는 현행 서수 체계는 평평한 땅속과 하늘을 오르내리며 순환하는 태양에 대한 고대인의 공간 관념이 반영된 이론체계이므로, 다섯(5)은 솟구침이나 기하학적 정점인 꼭대기를 나타내는 언어마다의 개별 음운으로 나타난다고 단언한다. 다섯(5)까지 오르다가 다섯(5)을 기점으로 내려가는 이등변 삼각형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기호체계라는 뜻이다.
대중에게 공개된 암호는 그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없어 인지할 수 없다면 제3자에게는 암호로서의 가치가 없다. 이러한 암호화 방식을 공개키 방식이라고 하는데, 저자의 논증이 타당하다면 일연이 삼국유사 가야 9간 명칭 속에 의도적으로 심어둔 공개키는 다섯 번째 유수간(留水干) 속 글자 ‘수(水)’라는 말이 된다. 분출을 강력히 암시하기 때문이다.
도쿄대 법학부에서 법학사 학위를 수여해 일본어에도 정통한 저자는 “마치 일본어 서수 체계를 코딩해둔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고도의 정합성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단호하게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저자는 그 논거로서 다섯 번째 유수간과 여섯 번째 유천간의 공통 글자 유(留)를 든다. 서수 체계를 푸는 공개키는 분출을 뜻하는 유수간의 ‘수(水)’였지만, 한국어 서수 다섯과 여섯의 ‘섯’, 즉 ‘서다(留)’를 나타내기 때문에 가야 9간 목록은 한국어 서수 체계라고 단언한다.
저자의 논증대로라면 가야 9간 중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명칭의 유(留) 자가 앞이 아닌 뒤에 와야 맞는다. 과연 이 주장이 타당할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한국어 서수 체계의 독보성이 바로 이 점”이라며, “5는 기하학적 정점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하강하므로 고대 한국인들은 이 기하학적 형세를 음운으로 나타내려 어간과 어미를 의도적으로 도치시켰다”고 설명한다.
서수 5를 기점으로 아래로 감는 기호를 음운기호로도 보다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서다’를 ‘다서’, 즉 ‘다섯’으로 불렀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일연이 수유간(水留干)이나 천유간(天留干)이 아닌 유수간이나 유천간 등 ‘하늘(天)’을 뜻하는 글자를 뒤에 배치시킨 점, 한국어 서수 체계가 다섯 이후 여섯부터 일제히 ‘yV’ 계통 모음으로 전환되는 점 등은 고대 한국인이 서수 체계의 수용자가 아니라, 서수 체계의 근간이 된 공간 관념의 창조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증거라고 부연한다.
저자는 “일연이 삼국유사 가야 9간 목록에 적어둔 유(留) 자는 가히 국보급”이라며, “다섯(5)에서 동사의 도치를 통해 고대 한국어 종결어미 역시 ‘-다’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 유라시아어 연구에 있어 언어학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 가장 높은 서수 5를 나타내는 첫음절 음운은 고정된 채 불변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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