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는 죄가 없는데…구토·복통 논란 이후 소비 급감·가격 폭락
현재는 4000원 선으로 떨어져
부여군, 시식 행사등 판촉 나서
#. 대전에 사는 박모씨(52)는 최근 방울토마토를 사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토마토가 몸에 좋다는 생각에 매주 한팩씩 구입했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구토 논란을 접한 이후 꺼림칙한 마음이 들어서다. 박씨는 “찜찜함이 가시지 않아 일반토마토도 안 먹고 있다”고 말했다.
#. 충남 부여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정택준씨(49)는 폭락한 방울토마토 가격을 볼 때마다 한숨 짓는다. 정씨는 “연료비·인건비 등이 급등하면서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예년보다) 배 이상 올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방울토마토 소비가 급감하고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 신품종 방울토마토에서 쓴맛이 나고 구토·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논란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방울토마토 생산지인 부여군 등은 문제가 된 품종은 모두 폐기처분했다는 소식을 알려며 방울토마토 소비 촉진에 애를 쓰고 있다.
12일 부여군에 따르면 구토 논란 이후 출하되지 못한 채 쌓인 방울토마토가 50여t에 이른다. 평년의 경우 1㎏당 9000원대였던 방울토마토 출하 가격이 현재 4000원대로 떨어지면서 농가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부여지역에는 세도면을 중심으로 약 500여 농가가 300㏊ 농지에서 방울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부여지역에서 생산되는 방울토마토는 연간 2만여t으로 전국 생산량의 약 13% 수준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방울토마토의 소비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농민들이 입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면서 “전국적인 피해액은 하루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농정당국은 문제의 방울토마토는 신품종으로, 숙성 단계에서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서 토마틴 성분이 많이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쓴맛과 구토 유발은 방울토마토가 충분히 익은 후에도 토마틴 성분이 남아있어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당국은 해당 신품종의 수확기인 1월 하순에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약 3도 가량 낮아 토마토가 저온 상태에서 생장하면서 토마틴 성분이 과도하게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구토 논란이 불거지자 농정당국과 지자체는 해당 신품종의 방울토마토를 모두 폐기처분했다. 부여군의 경우 해당 신품종을 재배한 3개 농가 하우스 20동을 아예 철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방울토마토를 꺼리고 있다. 방울토마토는 물론 일반 토마토까지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초·중·고교 학교급식에서도 방울토마토 사용이 급격히 줄었다.
부여군과 충남도는 방울토마토 소비를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 활동에 나섰다. 부여군은 군청을 포함한 관공서의 구내식당에서 ‘방울토마토 먹기 챌린지’를 실시하고 있다. 직거래 할인 장터를 개장해 시식행사와 홍보활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부여군은 전국 롯데마트 20개 점포에서도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열 예정이다.
충남도는 농협 충남세종본부와 함께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등을 통해 방울토마토 판촉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명혜리 충남도 농식품유통과 주무관은 “이번에 판촉행사를 여는 방울토마토는 안전이 확인된 품종”이라면서 “방울토마토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항산화, 면역력 향상, 혈당 개선, 고혈압·골다공증 예방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소비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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