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피부로 놀림받던 저에게 ‘용기’ 일깨워준 아빠 사랑해요[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2023. 4. 12. 0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빠, 저 희나예요.

감사편지라는 말을 듣자마자 저는 아빠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넌 아빠가 외국인이어서 말도 안 통하고 싫겠다. 쯧쯧." 저는 쌓여 있던 속상함이 몰려와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에 와서 펑펑 울어버렸죠.

우는 저를 보고 아빠가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경기교육감賞 소헬희나 학생

아빠, 저 희나예요. 감사편지라는 말을 듣자마자 저는 아빠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아빠! 제가 벌써 5학년이에요. 이제야 제 옛날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사실은 제가 1학년 때는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 많았어요.

“넌 얼굴이 왜 이렇게 까맣냐?” “너 우리나라 사람 아니지?”라며 친구들이 놀리듯 매일 같은 질문을 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났지만, 이내 슬퍼지곤 했어요. 제 피부색은 파키스탄 사람인 아빠를 닮아 친구들보다 검은 것인데, 그건 친구들의 피부가 황색인 것처럼 당연한 건데 말이죠. 우리 가족에게는 당연한 일이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니 저는 제가 정말 이상한 아이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어느 날은 저를 매일 놀리던 아이가 제게 말했어요. “넌 아빠가 외국인이어서 말도 안 통하고 싫겠다. 쯧쯧.” 저는 쌓여 있던 속상함이 몰려와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에 와서 펑펑 울어버렸죠. 우는 저를 보고 아빠가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요.

“희나야, 앞으로 친구들이 희나한테 아빠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터키 사람이라고 해.” “왜요? 아빠는 터키가 아니라 파키스탄 사람이잖아요.” 터키는 옛날에 한국전쟁에 참전해 한국을 도와줬고, 한국 사람들이 ‘형제의 나라’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인연으로 생각하는 나라라고 아빠가 차분하게 설명해주셨어요. 그렇기에 아빠가 터키 사람이라고 하면 그렇게 놀리지는 않을 거라고도 하셨지요. 그때 저는 아무런 소용없는 거짓말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울기만 했어요.

아빠,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아빠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저를 지켜주고 싶으셨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때의 저는 어렸지만, 이제는 그때만큼 어리지 않아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저를 지킬 줄 알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도 알고 있어요. 그리고 더 이상 아빠를 닮은 제 까만 피부가 부끄럽지 않아요.

아빠, 그거 아세요? 가끔 행복하게 웃는 아빠의 얼굴에서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때 저는 생각해요. 아빠도 아빠의 엄마와 아빠가 그리우신가 보다. 우리 가족을 위해 바쁘게 일하시느라 자주 뵙지 못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더 오랫동안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죠. 피부색이 다른 우리 다섯 가족은 아빠의 희생 덕분에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 많은 일을 해내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 겨울을 가로막고 서서 언제나 우리의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빠. 저는 행복한 아빠의 딸 희나로 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찾아 해나갈게요. 그리고 아빠처럼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자라 나중엔 제가 아빠의 비바람을 막아드릴게요.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 다 같이 파키스탄으로 달려가요. 아빠,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