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 넘쳐나는 유머·리듬… 디즈니도 놀랄 ‘B급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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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는 10년 전 작품 '남자사용설명서'로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이원석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전작의 '똘끼' 넘치는 유머 감각과 발랄한 리듬감을 잃지 않았다.
감독은 다른 영화들을 무채색으로 만들 만큼 여전히 독보적인 개성을 뽐낸다.
전작은 짠내 나는 인물들의 성장이 돋보였지만, 이번 영화에서 각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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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인 대부호 남편 죽이려
어린 4수생과 공모하는 배우
납득 어려운 이야기 전개에도
웃음 포인트마다 확실히 터져
이선균·이하늬·공명 호연에도
중반부터 동력 약해진 아쉬움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는 10년 전 작품 ‘남자사용설명서’로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이원석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전작의 ‘똘끼’ 넘치는 유머 감각과 발랄한 리듬감을 잃지 않았다. 줄거리부터 범상치 않다. 톱스타 여래(이하늬)는 발 연기가 논란이 되며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데뷔 후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게 된 그는 ‘꽐라섬’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환경운동가이자 대부호인 조나단 나(이선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조나단 나, 줄여서 존 나는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나쁜 놈’이었고, 여래는 탈출을 위해 자신의 열렬한 팬이자 4수생인 범우(공명)와 조나단을 죽일 계획을 짜게 된다.
여러모로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와 비교된다. 감독은 다른 영화들을 무채색으로 만들 만큼 여전히 독보적인 개성을 뽐낸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 전개에도 웃음 포인트에선 확실히 터진다. 조나단의 승부욕을 이용해 불가마에서 쪄 죽이기 같은 황당한 시도가 대표적. 여래와 범우가 조나단 살해 계획을 “슥! 컥! 훅!” “푹! 쉭! 확! 쿵!” 등 의성어로 주고받는 지점은 경쾌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살해라는 무거운 목표를 관객이 가벼운 소풍처럼 여기게 만드는 감독의 비법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여성이 겪는 편견과 차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던 감독은 이번엔 남성의 가스라이팅과 여성의 살해 시도 등 범죄 드라마적 요소를 유머 코드로 희석시키고자 애쓴다.
‘남자사용설명서’가 장면 내에 컷과 컷을 넣으며 만화적인 느낌을 살렸다면,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옛날옛적에∼”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며 판타지 동화인 점을 드러낸다. 캐릭터 역시 전작은 독특한 면을 가진 생활밀착형 인물인 데 반해, 이번엔 디즈니 동화에서 본 듯하게 전형적이다. 여래는 라푼젤처럼 성에 갇힌 불쌍한 공주이고, 조나단은 공주를 가두고 괴롭히는 못된 왕, 그리고 범우는 공주를 구출하는 왕자가 연상된다. 전작은 짠내 나는 인물들의 성장이 돋보였지만, 이번 영화에서 각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다.
기승전결을 갖춘 일반적인 내러티브 영화처럼 진행하려는 중반으로 갈수록 영화의 동력이 약해지는 점은 아쉽다. 초반에 번뜩이던 ‘B급 정서’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때부터다. 타조라는 우연적인 요소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결말은 동화라는 걸 감안해도 맥이 빠진다. 디즈니를 참고해 자신만의 감각을 입힌 ‘어른 동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만든 절충적 시도가 오히려 감독의 독특한 감각이 빚어낸 세계의 힘을 빠지게 한 듯도 하다. 이 감독은 “내 기준에선 굉장히 상업적인 선택을 했다”며 “낯설 수 있지만 마음을 열고 보면 친근한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는 뮤지컬적 요소를 차용했다. H.O.T의 ‘행복’과 비의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이 반복된다. 각각 조나단과 여래의 상황과 심정을 대변하는 곡. 조나단이 여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행복’을 부르고, 여래 일당이 ‘여래이즘’으로 맞불 놓는 장면은 발리우드 영화를 연상케 한다.
대칭적이고 장식적인 미장센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향이 진하게 묻어난다. 망원경 소품을 활용한 줌인, 줌아웃은 ‘문라이즈 킹덤’ 등에서 반복적으로 쓰였던 기법. 다만 완벽하게 직조된 앤더슨의 영화와 달리 ‘킬링 로맨스’는 흥겨운 한바탕을 치른다. 앤더슨이 인도에서 코미디 영화를 주문받아 내놓은 결과물이랄까. 이선균, 이하늬, 공명은 파격적인 역할을 익숙하고 친근하게 연기하며 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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