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경비 집행 중단은 ‘옳은 결정’…고르게 지원할 계획”
“공정과 형평 원칙에 따라 재정 건전성 바로 세우는 과정”
(시사저널=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아산시는 지난 2월 박경귀 시장의 지시에 따라 총 9억1300만원 규모의 교육사업 관련 예산 삭감 방침을 아산교육지원청에 통보했다. 이후 '독단 행정'이란 비판이 들끓었다. 아산시의회는 박 시장이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게다가 충남교육의 수장도 "충남교육청 차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계획은 없다"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이처럼 결정 철회 요구가 거셌지만, 박 시장은 '옳은 결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시장은 4월10일 본지 인터뷰에서 "교육경비 지원 사업은 교육청이 국비로 재원을 충당하는 게 당연하다"며 "공정과 형평의 원칙이 교육사업 전반에도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경비 예산 집행 중단 결정을 '공정과 형평' 원칙에 따라 재정 건전성 바로 세우는 과정이라고 했다.
"교육경비와 관련해 교육청과 아산시의 역할이 뒤섞여 모호했던 부분을 정리했다. 본질적 교육 사업은 교육청이 국비로 재원을 충당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자 교육청 본연의 사무다. 지자체인 아산시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교육청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보조적으로 지원하거나, 교육청이 하지 않는 교육 관련 사업을 별도로 수행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아산시는 최근 교육 지원 사업을 검토하면서 충남교육청 지방교육재정으로 무려 1조785억원의 기금이 적립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기금은 올해 편성된 교육청 예산 5조원과 별개로 그냥 쌓여 있는 재원이다. 반면, 현재 아산시 채무는 1382억원이다.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단연 1위 규모다. 인구가 아산시 두 배인 천안시(1313억원)보다 더 많다. 특히 아산시는 재정 운용 자율성의 척도인 재정자주도가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15위(2022년 기준)로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아산시는 1조원의 돈이 쌓여 있는 교육청에 그동안 법적 의무 없이 관행적으로 지원해 온 교육경비 일부를 조정하자고 요청했다. '공정과 형평' 원칙에 따라 관행적으로 특정한 곳에 편중 지원하던 재원을 조정했다. 예를 들면, 아산지역 20개 중학교 중 유독 1곳에 방과후 학교를 풀 패키지로 제공하던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취약한 여러 학교에 고르게 지원할 계획이다."
아산시가 조정한 교육청 연계사업과 협의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면.
"아산시는 교육청과 아무런 협의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조정을 통보한 게 결코 아니다. 물론 교육청이 문제를 제기하고, 또 이견도 있었다. 서로가 입장 차를 좁히고자 노력했고, 최종적으로 2월6일 저와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만나 사업 하나하나를 두고 조율했다. 우선 교육청 연계사업 중 아산시가 사업 주체인 교육기관 상수도 요금감면사업(3억5000만원)의 경우 기관 운영비로 분류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업은 의무사업이 아니라 아산시가 50%까지 상수도 요금을 감면해 줄 수 있는 임의사업이다. 물론 교육청이 재정적으로 어려우면 아산시가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육청 재정이 넘쳐나고 아산시 재정은 어려운 상황에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청과 아산시가 공동으로 재원을 부담하던 통학환경 개선지원사업(시비 5115만원, 교육청 1억1936만원), 진로체험 프로그램 운영지원사업(도비 600만원, 시비 1400만원, 교육청 4300만원),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시비 2억원, 교육청 8700만원), 학교와 함께하는 마을교육 공동체 활성화 사업(도비 1000만원, 시비 2억6200만원, 교육청 4억9000만원)인 4개 사업은 아산시가 시비로 부담하던 부분만 일부 조정해 주관 사업자인 교육청이 좀 더 부담하도록 했다. 아산시는 4개 사업에 이미 교육청 자체 예산이 편성돼 있어서 교육청 스스로 중단할 수도 없고, 또 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시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산시는 보조적 사업자로서 이 사업들에 대해 약간의 보조금만 지원했을 뿐이다. 그 사업을 중단하도록 할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다. 이 사업의 시행 여부 판단은 주관 기관인 충남교육청의 고유권한이다. 따라서 보조 사업자의 일부 보조금이 빠지더라도 주관 사업자인 교육청 자체 예산을 먼저 집행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추경을 편성해서 충분히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자체의 중단 운운 발언은 교육청이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는 셈이다."
다른 협의 과정도 소개해달라.
"아산시는 교육청 주관사업이면서도 교육청 예산 없이 시비 100%로 편성된 중·고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지원사업(시비 9500만원)과 특수교육 대상 방과후학교사업 예산(시비 7000만원)을 그대로 지원하기로 했다. 시비를 빼면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산시는 예산만 지원하고 교육청이 주관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비 100%가 지원되는 사업을 그대로 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특히 고위기 학생 원스톱 정서지원사업 (시비 4500만원, 교육청 3500만원)은 시비와 교육청 예산이 함께 들어가는데,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의 요청에 따라 특별히 그대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교육청 연계사업 예산은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조율한 결과다. 게다가 학기가 시작되기 전 예산을 조정했기 때문에 교육청은 당해 주관사업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이 사업 부족 예산에 대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청의 교육재정안정화기금을 '꽁꽁 숨겨 놓은 예산''교육감 쌈짓돈'이라고 표현했다. 충남교육청의 예산이나 기금을 적절하게 배분·투입해달라는 요구로 들린다. 또한 "교육경비를 여태까지 관행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했는데, 향후 아산시 교육 관련 예산을 어떤 방향으로 지원할 계획인가.
"아산시는 1조원의 기금을 적립 중인 충남교육청에 학생 수에 맞는 적절한 교육 예산 투자를 요청한다. 지난해 기준 인구 37만명인 아산시에 고등학교가 10개였다. 집 가까이에 학교가 없어 원거리 통학으로 고생하는 고등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충남교육청은 고등학교 신설에 소극적이다. 고등학교 한 학교당 아산시 학생 수는 913명으로,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1등이다. 충남 전체 평균인 479명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인구 10만명 공주시에도 고등학교가 10개고, 인구 11만7000명인 논산시에는 고등학교가 13개 있다. 교육청이 아산시의 교육 환경 개선에 적절하게 투자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아산시는 그동안 법적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교육청에 지원해 왔던 재정을 자체적으로 추경을 편성·운영하도록 요청했다. 아산시는 그렇게 절감된 예산을 다른 분야에 쓰는 게 아니라 교육 분야에 그대로 쓸 계획이다. 다만 아산시가 사업을 직접 주관하면서 사용하겠다. 아산시가 직접 수행하는 교육사업을 아산시청소년재단이 주관할 것이다. 특정 학교에만 집중된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여러 학교로 확대해 진행하겠다. 또 예술과 스포츠 분야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각종 교육과정을 더욱 강화하겠다."
아산시의회는 이번 결정을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3월22일 아산시의회는 시의회가 심의하고 의결한 교육지원 예산의 집행을 아산시가 중단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아산시정의 책임자로서 시의회의 입장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 지난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교육경비 관련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전에 조율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 다행히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해 부득이하게 조치했지만, 시의회는 형식보다 본질을 봐주십사 당부드린다. 시의회가 심의 의결한 예산 중 실제 여러 가지 이유로 집행되지 않는 사업들이 종종 있다. 이번 교육경비 일부 조정 건에 대해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규정한 건 과한 면이 있다.
지방자치법상 기관대립형 권력구조 형태를 취함에 따라 아산시는 예산 편성과 집행 역할을 갖고 있고, 아산시의회는 예산심의와 집행을 감독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른바 자치단체의 집행부와 의회는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상호 협조하면서도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달리한다. 최근 시의회와 집행부 간의 일부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저는 시의회가 가진 고유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한다. 앞으로 아산시와 시의회가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지속 협의하겠다."
결국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학생들과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나오는데,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아산시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개학 전 교육청과 이번 사안을 협의·조정했다. 교육청은 아산시가 지원했던 일부 보조금을 추경 예산으로 편성해 진행하면 아무 문제 없다. 학생들의 피해 운운 언급은 교육청의 잘못된 접근에서 비롯됐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주간업무보고회의에서 "단체장들이 교육경비를 삭감하거나 소극적으로 지원하면 그 피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했다. 또한 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문건에도 "결국 피해는 아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내용이 있다. 이런 행태는 충남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혹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도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해야 상식이다. 그러면서 다 해 봐야 10억원도 안 되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겠다 한다. 충남교육청은 자기 책임을 아산시에 전가하지 말고, 책임지는 자세로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편성해 사업을 조정·시행해야 한다. 교육청이 그리한다면 아산시는 교육청의 노력을 지지하고 도울 의향이 있다. 만약 교육청의 재원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시의회와 협의해 아산시 예산도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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