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감독의 해명은 틀렸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 어제(11일) 부산 사직 구장이다. 트윈스의 원정 3연전 첫 게임을 앞둔 시각이다. 염경엽 감독이 기자들과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지난 주말 ‘극대노’ 사건도 화제에 올랐다. 격렬하게 화내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힌 일 말이다.
본 매체 조형래 기자가 이날 현장을 취재했다. 그리고 이런 제목의 기사를 전했다. ‘버럭한 염경엽의 항변, “선수 잘못 아니다. 모든 잘못은 나와 코치에게 있다.”’ 여기에 따르면 염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모든 잘못은 나와 코치에게 있다. 선수 잘못은 없다. 우리가 지시하는 것이고 우리가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가 방향제시를 하는 것인데 (그걸) 제대로 잘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수한테 화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선수한테는 칭찬을 했으면 했다. 과거 넥센(현 키움) 때부터 내 스타일이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9일 라이온즈전 10회였다. 무사 1루(박해민)에서 홍창기의 보내기번트가 성공했다. 그런데 당시 TV 화면에 잡힌 염 감독은 무척 격앙된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크게 고함을 질렀다. 상당수 팬들은 입모양에서 비속어가 연상된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이날의 해명은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본 매체 한용섭 기자가 10일 ‘끝내기 승리했는데, 왜 염갈량은 2차례나 버럭 불만을 터뜨렸나’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다뤘다. 필자도 다른 매체를 통해 ‘연승 중에도 극대노, 염갈량이 독해졌다’는 글을 기고했다.
보도 뿐만이 아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이슈였다. 일단 ‘누구를 향한 분노였나’라는 궁금증이 컸다. 또 이런 감정 표현에 대한 찬반 양론이 갈리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선수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다”고 확실하게 정리한 셈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치열한 세계 아닌가. 한 발 삐끗하면 나락이다. 오차가 생기면 바로잡아야 하는 건 당연한 리더의 일이다. 염 감독은 부연해서 또다른 설명을 보탰다.
“상대가 실수를 한 게 아니라 우리가 잘못해서 득점 못한 장면들이다. 작은 실수가 승부처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선수를 움직이는 것은 나와 코치들이다. 그 소통에 대해 화가 났던 것이다. 한 경기가 나중에 순위를 가른다. 나도 뼈저리게 느꼈고, 선수들도 작년에 그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없다. 지극히 맞는 얘기다. 하지만 논점이 틀렸다. 화를 냈다는 건 이미 지난 일이다. ‘누구에게’ 또는 ‘무엇 때문에’는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건 궁금증의 영역일 뿐이다. 논란의 핵심은 따로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 ‘비속어로 추정되는 말을 내뱉으며’ ‘맹렬하게’ 화를 냈다는 사실이다.
선수에게 그런 것 아니니까 괜찮다? 그런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덕아웃은 공공연한 자리다. 팬들이 주목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팀원들 전체가 함께 하는 공간이다. 심지어 방송 화면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잘못이 있으면 문책할 수 있다. 그게 선수이건, 다른 스태프이건 상관없다. 그걸 구분한다는 건 자신의 소신일 뿐이다. 어떤 방식이라는 건 스타일의 문제다. 직접적이고, 강렬한 방식을 탓하자는 건 아니다. ‘잘못해도 허허 웃던 예전 팀 분위기와 달라서 오히려 낫다’는 팬들도 있다.
다만 가려야 할 지점이 명확하다. 대중에 적나라하게 전달됐다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본인들끼리면 상관없다. 얼굴을 붉히든, 소리를 지르든, 때로는 거친 말을 뱉든. 그럴 수도 있다. 격의 없이 따지고, 토론하고,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게 지적받을 일은 아니다. 그래야 건강한 팀이고, 유기적인 조직일 것이다.
그러나 마냥 그럴 수는 없다. 엄연히 살펴야 할 게 있다. ‘어디서, 어떻게’의 문제다.
프로 스포츠의 벤치는 사적인 곳이 아니다. 영상과 음향을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공간이다. 그걸 간과해서 벌어진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본인과 밀접한 관계라도 그렇다. 호흡을 맞춰야 할 사이라도 그렇다. 그의 말 그대로 ‘선수가 아니’라도 그렇다. 엄연히 존중받아야 할 팀의 한 주체다. 엄한 나무람과 꾸짖음에도 잃어서는 안될 격(格)이 있다. 누구도 그렇게 대놓고 손가락질하고, 질책하고, 깎아내릴 권리는 없다. 그 대상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존경받는 코치다.
순간적인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 그랬다면 추후에라도 설명하고, 납득을 구하는 게 맞다. 당사자에게, 그리고 팬들에게도. ‘왜 그랬는지’라는 전후좌우 사정이 아닌, 바로 ‘그 행동’ 자체에 대해서 말이다.
염 감독은 유능한 야구인이다. 코치로, 프런트로, 감독으로. 정평이 자자한 인물이다. 야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는 독보적이다. 건강도 돌보지 않고 몰두하는 게 걱정일 정도다. 지도력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이고, 헌신적인 리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일에서는 다르다. 그날의 급발진은 낯설다. 6시즌을 지휘했던 원숙한 사령탑의 모습이 아니다. 사려나 분별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해명도 그렇다. 공감이 어렵다. 전혀 엉뚱한 답과 마주한 생소한 느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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