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이주민 3000명 몰렸다... 이탈리아, 전국 비상사태 선포

올 1∼3월 이주민,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
반년간 비상사태... 초기 자금 72억 원 투입
좋은 날씨·튀니지 이주민 적대에 항해 늘어

10일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정(왼쪽)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인근 지중해 아이오니아해에서 이주민을 태운 보트에 접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아프리카에서 자국으로 넘어오는 이주민 수가 이례적으로 늘어나자 결국 11일(현지시간)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지 매체인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열린 내각회의에서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해양부 장관의 제안을 수용해 이같이 결정했다. 비상사태는 앞으로 6개월간 유지되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500만 유로(약 72억 원)의 재정이 초기 자금으로 투입된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는 아프리카 북부로부터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입되는 이주민이 급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는 올해 1~3월 이탈리아 해안에 상륙한 이주민이 약 2만6,800명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00명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사흘 동안엔 3,000명 이상이 몰려들기까지 했다. 이탈리아 최남단에 위치한 람페두사섬에는 지난 9일 하루에만 약 1,000명이 상륙했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중동 이주민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현재 이 섬의 이주민센터엔 수용 정원인 350명을 훌쩍 뛰어 넘는 2,000명 정도가 체류하고 있다.

이주민 급증 원인으로는 우선 개선된 날씨가 꼽힌다. 올해 초는 지난해보다 기온이 높고 바람도 잔잔한 날씨가 이어져 지중해를 건너기에 용이한 기상 조건이 갖춰졌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하는 이주민들은 대부분 리비아나 튀니지에서 낡은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튀니지의 반(反)이주민 기조도 유럽행을 결심하게 만드는 배경이 됐다. UNHCR 보고서를 보면, 올해 1~3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의 58%가 튀니지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노골적인 이주민 혐오 발언을 하면서 튀니지 국민들 사이에서 이주민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당시 사이에드 대통령은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