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해도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여 지원…성사는 난망
미국이 올해도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여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의 미국 본토 내 회동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년간 좌절된 대만의 WHA 참여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국무부는 미국재대만협회(AIT)와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TECRO)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국무부 및 대만 외교부 등 관계기관 대표와 만나 유엔 체제와 기타 국제포럼에 대한 대만의 참여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측의 이번 논의는 다음달 열리는 WHA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대만이 참여하는 것을 지지하고, 유엔 이외의 국제·지역·다자기구에서도 대만의 참여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미 국무부는 이 자리에서 미국 측 참석자들이 보건, 식량안보, 청정 항공연료, 여성의 경제·정치 참여 확대 등 세계적으로 우려되는 여러 분야에서 대만이 기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WH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WHA 참여는 대만의 오랜 숙원이다. WHO 창립 멤버였던 대만은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 이후 유엔 뿐 아니라 WHO를 비롯한 모든 산하 기구에서 회원국 자격을 잃고 퇴출됐다. 이후 국민당 집권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2009∼2016년에는 WHA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했지만 민진당 소속의 차이 총통이 집권한 2017년 이후로는 중국의 반대로 옵서버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미국의 지원 속에서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대만의 WHA 참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재점화됐지만 중국의 반대로 결국은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이 대만의 WHO 옵서버 지위 회복 전략을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까지 제정했음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연장선 상에서 미국이 올해 다시 한번 대만의 WHA 참여 등 국제기구 참여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역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WHO를 포함한 국제기구의 대만 참여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만 민진당이 집권 이후 국민 복지보다 정치적 계략을 앞세워 대만 독립을 고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WHO 참여 기반이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최근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 회동 등을 대만의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대만의 올해 WHA 등 국제기구 참여 확대 논의는 진전을 이루기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