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피해 복구작업 본격화··· 화재 원인 책임 공방 예고
지난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발생해 경포·사근진 해변 인근으로 확산한 산불로 인해 주택·펜션·호텔·기타 시설물 등 125개 시설과 축구장 면적의 530배에 달하는 산림 379㏊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80대 노인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산불 원인이 ‘강풍에 의한 전선 단선’으로 추정되면서 관리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게 됐다.
강원도소방본부는 12일 오후 1시까지 주택 68개, 펜션 26개, 호텔 등 숙박시설 7개, 문화재 1개, 기타시설물 23개 등 125개 시설물이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광역화재조사관 23명을 투입해 세부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강릉 방해정’이 일부 소실되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비지정 문화재)’과 사찰 인월사가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강릉지역의 대표적인 명소인 경포대(보물 2046호)와 국가 민속문화재인 강릉 선교장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포대는 조선 시대 문인인 송강 정철(1536∼1593)이 쓴 가사 ‘관동별곡’(關東別曲) 등에 등장하는 유서 깊은 장소다.
복구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산림·소방당국은 이날 장비 200여 대와 1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잔해 제거와 잔불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강원도청 소속 공무원 150여 명은 이날 강릉 경포대 일원에서 산불로 인해 도로변에 불타 쓰러진 나무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응급복구 활동을 벌였다. 강원도는 13일에도 150여 명의 직원을 투입해 복구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강릉 경포대 바닷가에 있는 한 카페는 오는 13일까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힘쓰는 소방·경찰·군인·공무원 등에게 커피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인근 경포대 횟집 단지에 있는 한 해물칼국수 음식점도 이날오후 9시까지 산불 진화 소방관, 대민 지원에 나선 경찰관, 군인,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JCI(국제청년회의소), KT, 강원도푸드뱅크, SK텔레콤, 현대자동차 강릉서비스센터, 한국전력공사, GS리테일, 홈플러스, 이마트, 경기도 새마을지회 등 23개 기관·단체·회사 등에서 응급구호 세트와 의류, 식음료품 등을 기탁했다.
강릉시는 7개 분야, 14개 부서에 산불피해 조사 TF를 구성해 피해조사에 나서는 한편 녹색도시체험센터와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이재민 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산불 피해 수습 현장 대책 회의를 주재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주불 진화가 완료된 지난 11일 오후 4시 30분 이후 12일 새벽까지 40건의 재발화 신고가 접수돼 밤샘 잔불 정리작업을 벌였다”며 “다행히 불씨가 되살아나 크게 번진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산림 당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발화지점에서 추가 감식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11일 경찰 등과 함께 발화지점에 대한 1차 조사를 진행한 산림 당국은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선시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여부에 대한 다툼도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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