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왜 왔나 싶었던 페리, 한국 농구 적응 중

이재범 2023. 4. 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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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감독님께서 페리에게 우리 농구가 뭔지 알려주자고 하셨는데 곧잘 따라왔다. 점점 적응하는 거 같다.”

창원 LG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완벽한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아셈 마레이가 종아리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못한다. LG는 대체 외국선수로 레지 페리를 영입했다.

페리는 NBA에서 두 시즌 동안 적은 경기라도 출전했고, 주로 G리그에서 활약했다. 여러 구단에서도 탐을 냈던 선수로 알려져 있다. 한 구단에서는 직접 영입을 시도했었다. NBA만 바라봤던 페리는 G리그 일정이 모두 끝났기에 LG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페리가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에 따라서 LG의 플레이오프 성적이 달라진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현재 6라운드부터 6강 플레이오프까지 12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서울 SK와 맞붙는다.

LG 선수들은 페리의 기량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지난 8일 창원체육관에서 고려대와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관희는 “어제(7일) 오후 훈련을 처음 했다. 사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라며 웃은 뒤 “마레이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워니라는 우리나라 최고 외국선수를 만나는 거다. (페리가) 워니를 상대로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웃음). G리그에서 평균 득점도 높고 괜찮다고 들었다. 갑자기 마레이를 보다가 다른 농구를 하는 선수를 보니까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페리는 8일 고려대와 연습경기에서 2쿼터와 4쿼터에 출전했다. 2쿼터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하프 타임 때 슈팅 훈련을 하던 한 선수는 “큰일 났다. 저렇게 할 거면 왜 KBL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LG는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8일과 9일 고려대와 두 차례 연습경기를 가졌다. 페리가 9일 연습경기에서는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고 한다.

정인덕은 “고려대와 연습경기를 보셨다시피 (5일 입국해) 시차 적응도 하는 등 적응이 필요하다. 아직 지켜보고 있다. 되게 졸린다고 하더라. 피곤해서 그런 듯 한데 점점 좋아진다”고 했다.

한상혁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되게 좋은데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적응하는 단계다. 점점 나아진다. (11일) 오전에 패턴을 맞춰봤다. 처음 연습경기를 할 때 시차도 안 맞았다고 한다. 운동을 할수록 괜찮은 모습을 보여줄 거 같다”며 “사이즈와 힘도 좋고, 슈팅 능력도 괜찮다. 공격에서는 확실히 보여줄 게 많다. 우리가 조직적인 수비를 많이 하는데 감독님께서 주문하시는 수비를 조금만 따라와 준다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거다”고 페리의 활약을 기대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기색을 내보였던 조상현 LG 감독도 좀 더 긍정적으로 페리를 바라보고 있다. 플레이오프만 뛰는, 어쩌면 3경기 만에 짐을 쌀 수 있는 상황이기에 마레이의 대체 외국선수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단테 커닝햄 한 명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했다. 그 가운데 공격 능력을 인정받는 페리를 데려왔다. 페리가 합류한 것만으로도 나이가 많은 커닝햄 한 명으로 SK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재도는 “역시나 장단점이 있다.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극대화 시켜줘야 한다. 그게 감독님과 코치님, 국내선수들이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면서 코트에서 보여줘야 한다”며 “아마 SK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고, 까다로운 거다.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볼 수 있는 건 영상 밖에 없다. 어떻게 막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힐 거다. 우리는 자밀 워니와 리온 윌리엄스를 어떻게 막을지 다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도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페리가) 그런 부분에서 잘 해준다면, 동료들이 또 잘 도와준다면 그 부분이 변수가 될 거다. 페리와 구탕이 이번 시리즈에서 변수가 될 카드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똑같고, 기본을 보여줄 거다. 플레이오프에서 변수가 몇 개 있는데 우리 팀에서는 그 변수가 페리와 구탕이다.”

이재도는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제러드 설린저와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페리의 공격력만 따질 때 설린저와 비교할 수 있냐고 하자 이재도는 “안 된다. 공을 다루고, 농구를 보는 눈 자체도 다르다”며 “설린저는 나이가 있는 베테랑이었고, 페리는 패기가 있는 젊은 선수다. 설린저와 비교할 건 아니다(웃음). (설린저와) 같이 뛰어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 정도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정희재는 “가진 능력은 있는 선수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리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이 워낙 빠르고 (외국선수에게) 원하는 것도 많다. 수비와 공격도 다 해야 한다. 아직 어려서 적응을 하고 있는데 남은 기간 잘 하면 될 듯 하다”며 “고려대와 처음 연습경기를 할 때 스피드에 완전 적응을 못 하더라. 우리도 페리에게 맞춰주려고 하니까 굉장히 내용이 좋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감독님께서 페리에게 우리 농구가 뭔지 알려주자고 하셨는데 곧잘 따라왔다. 점점 적응하는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일요일에는 더 적극적으로 하고, 더 빨리 뛰려고 하고, 수비도 더 하려고 하는 게 보였다”며 “첫 연습경기 때 우리가 잘못 했구나 싶었다. 우리가 보여줘야 따라오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는 우리 농구를 보여줬더니 이해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상현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페리가 잘 했던 경기 영상을 함께 보며 페리의 자존감을 높였다. 더불어 SK 선수들의 경기 영상도 보여줬다. 커닝햄 역시 LG와 KBL에 대해 여러 조언을 건넨다. 코트 밖에서도 페리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페리는 과연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

LG는 14일 오후 7시 창원체육관에서 SK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갖는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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