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마단 종료까지 유대인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 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이 끝날 때까지 유대인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제한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권과의 충돌이 점점 격해지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총리를 비롯한 안보 관계 고위급 회의에서 라마단이 끝날 때까지 유대인을 포함한 비이슬람교도의 성전산(동예루살렘 성지의 유대식 표현) 방문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마단은 오는 21일 종료된다.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 이 같은 제안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건넸고, 네타냐후 총리도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일으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가 모두 자신들의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 성지는 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특히 동예루살렘 성지의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권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에 이어 3번째로 신성시하는 장소인데, 라마단 기간마다 예배하려는 팔레스타인인과 이를 막으려는 이스라엘 경찰 간의 충돌이 발생한다.
올해도 지난 5일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사원에서 라마단 저녁기도(타라위) 중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폭력적으로 몰아내고 섬광탄을 터뜨리는 등 위협을 가해 대규모 항의 시위가 촉발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에 이스라엘 극우 세력은 반발했다.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성전산에 유대인 방문을 금지하는 건 엄청난 실수”라며 “이 조처로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대인 방문이 금지되면 경찰 배치가 줄어든다”며 “이는 유대인 살해 선동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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