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자 교체되는 똥발" 허경민도 뛴다, '두산 육상부'가 살아난다
상대팀 투수들을 대하는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의 생각이다. 주루플레이에 대한 구체적인 주문을 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사령탑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은 '육상부' 시절을 떠올릴 만큼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두산은 1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6-4 역전승을 거뒀다.
최승용의 호투와 양의지의 결승타 등도 있었지만 발로 만들어낸 2점도 인상 깊었다. 이날 도루 3개가 나왔는데 두산은 이 중 두 차례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특히 허경민의 발이 돋보였다. 2번 타자 허경민은 3회 볼넷, 5회 우전안타로 출루해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3회엔 후속타선의 불발로 득점이 무산됐지만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5회엔 달랐다. 선두타자 이유찬이 중전안타 후 허경민의 타석 때 2루를 훔쳤고 상대 실책까지 유발하며 3루에 안착했다. 허경민의 중전안타 때 가볍게 홈으로 들어왔다. 허경민은 2사에서도 과감히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마찬가지로 김재환의 안타 때 득점에 성공했다. 3-3 동점. 승부 균형을 맞춘 두산은 더 빠르게 불펜을 가동해 균형을 유지했고 7회 타선 폭발로 역전승을 챙길 수 있었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투수가 너무 공을 편하게 던지게 하면 안 된다. 상대 투수와 야수, 벤치를 편하게 해주면 승리 확률이 떨어진다"며 "뛴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지고 그러면 제구력이 떨어지는 등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틈만 보이면 뛰라고 한다.빠른 선수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2,3명에게 실패하더라도 과감히, 자신있게 뛰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주장 허경민은 감독의 주문을 성실히 이행했고 이날 테이블 세터로서 2득점에 성공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111도루, 시즌 평균 10개 가량을 성공했던 허경민이지만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달리고 있다. 허경민이 한 경기에 2도루를 성공한 건 2021년 10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고 벌써 3도루로 팀 내 대표 빠른발 정수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경기 후 허경민은 "내가 많이 뛰는 선수가 아닌데 의도치 않게 2개를 성공했고 득점으로 연결돼 그 정도까지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순간에 대주자로 바뀌는 '똥발'"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하루에 2도루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많이는 아니지만 하나씩 잘 쌓아나가 보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과거 '육상부'라고 불렸다. '뛰는 것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당시 두산은 장타력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종욱, 민병헌, 고영민, 오재원 등을 날쌘 선수들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뛰었다. 이 시절 달리는 야구는 두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뛰어난 성과로도 이어졌지만 타선에 짜임새가 더해진 두산은 더 이상 발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이 대표적이었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선 정수빈은 안타 후 2루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고 상대 폭투까지 유도하며 3루를 밟았다. 허경민의 희생플라이 때 가볍게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5회엔 김인태가 주루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해 실려나갔음에도 6회 정수빈과 허경민은 연달아 내야 땅볼 후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한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태그가 필요 없는 1루에 먼저 도달하기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입증된 게 없지만 그만큼 이들이 한 타석, 한 타석에 얼마나 간절하게 나서고 있는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다음날 경기 전 만난 이승엽 감독은 "어제 같이 날씨가 추우면 1루에서는 부상 위험도 있으니 조금 참아달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열심히 하는 걸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도 부상을 안 당해야하는 게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사령탑은 기회가 나면 적극적으로 뛰라고 주문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팀의 재건을 누구보다 원하는 주장 허경민은 스스로를 '똥발'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더 손쉽게 득점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도루 숫자보다는 이러한 간절함에 눈길이 간다. 승승장구하다가 딱 1년 미끄러졌던 두산이지만 어느 구단보다도 간절히 반등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다시 육상부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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